[세상만사] 코로나와 산타의 선물

입력 2020-12-25 04:05

산타 할아버지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다리는 어린이가 있는 집에선 이번 성탄절에 이런저런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어린이들 사이에선 “코로나19 때문에 산타 할아버지가 오시기 어렵다”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이 말은 “산타의 선물은 코로나19에 걸릴 위험과는 상관이 없다”는 주장을 꺾지 못했다. 늘 아이들이 잠든 사이에 도착하는 산타의 선물이야말로 가장 오래된 비대면 배달이다. 초등학생들이 가장 받고 싶은 크리스마스 선물은 게임기 또는 장난감이라고 한다. 게임기와 장난감을 합한 것 이상의 스마트폰을 간절히 원하는 어린이들도 많다. 하지만 전국의 적지 않은 산타들은 선뜻 이 선물을 고르지 못했을 것이다. 고가의 선물이라 그런 것은 아니다. “1년 내내 원격수업 화면을 들여다본 아이들에게 더 이상 다른 화면을 보여줄 수 없다”는 부모들의 걱정이 크다. 원격수업이 시행된 후 학생들이 담임선생님과 친구들보다 교육방송이나 유튜브 콘텐츠를 더 자주 본 탓이다.

올해 모든 사람이 코로나로 괴로웠다. 그중에서도 어린이들이 느끼는 고통은 더했을 것이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만 마스크를 쓰던 아이들이 1년간 마스크를 벗지 못했다. 특히 초등학생들은 개학부터 늦춰지더니 온라인 개학 후에도 1주일에 한두 번꼴로 등교했으며 최근엔 집에만 있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원격수업은 학교와 교사 등에 따라 교육 방식이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심지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9월 ‘이건 원격수업이 아닙니다. 언제까지 우리 아이들을 방치하실 예정입니까’라는 제목의 글도 올라왔다. 초등학생들이 사실상 방치된 채 ‘유튜브 자율학습’을 하고 있으며, 원격수업을 계기로 공립과 사립 초등학교 간 교육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됐다는 지적이었다. 게다가 유튜브 콘텐츠를 활용한 원격수업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자극적인 유튜브 방송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였다. 중·고교 학생들의 경우에도 문제는 심각하다. 비대면 정규 수업에 만족할 수 없는 학생들이 사설 학원의 여러 온라인 강의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일부 지역에선 방역수칙을 어긴 불법 과외가 유행할 조짐마저 보인다.

물론 교육의 문제는 단순히 학업 진도나 성취도를 잣대로 해결해야 할 일이 아니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1학년 신입생들은 42만6400여명이다. 현재 이 학생들은 사실상 초등학교에 입학하지 않은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이 들은 가끔 등교하는 학교에서 마스크를 쓴 채 책상 간 거리두기를 하고 있느라 친구들과 장난을 치기는커녕 담임선생님과 대화를 나누기도 어려웠다. 전문가들은 저학년일수록 같은 반 친구들과 몸을 쓰며 노는 것 자체가 더 중요한 교육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데 지금처럼 방역에 초점을 맞춘 원격수업이 계속되는 한 또래와 함께하는 놀이 교육을 대체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까지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교육 당국에선 코로나19 사태로 ‘미래 교육시스템’의 도입을 앞당기고 원격수업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는 평가도 내놓는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낙후된 온라인 교육 환경을 조금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됐을지언정 무언가 자랑할 만한 비대면 교육시스템을 갖추는 계기였다고 볼 만한 상황은 아니다. 새해에는 정부의 코로나 대응이 방역과 경제뿐 아니라 교육에도 조금 더 신경을 쓰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내년 겨울에도 코로나의 종식을 보기 어렵다면 형식적인 출석체크용 원격수업의 종식이라도 빨리 보고 싶다.

김경택 정치부 차장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