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권의 사법부 때리기, 도 넘었다

입력 2020-12-25 04:02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구속된 뒤 여권 인사들의 재판부에 대한 비난이 도를 넘고 있다. 자기 뜻과 다르면 무차별 공격을 퍼부어왔기에 으레 그러려니 싶었지만, 이번에는 그 양상이 심상찮다. 단순한 비난을 넘어 집권세력이 이제는 사법부 길들이기에 나선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24일 “재판부가 (증거가 아닌) 의심의 정황으로 판결했다”고 비판했다. 한 4선 의원은 “감정 섞인 판결이며 분노가 느껴진다”고 했고, 3선 의원은 “편견이 작용한 매우 나쁜 선례”로 규정했다. 심지어 한 초선 의원은 “검찰총장이 판사 사찰로 노린 결과”라고 주장했다. 다른 초선 의원은 “자식의 스펙에 목숨을 건 이 땅의 많은 부모들을 대신해 정 교수에게 십자가를 지운 것이냐”고 따지기도 했다.

여권은 그동안 조 전 장관을 둘러싼 수사를 ‘검찰 쿠데타’로 규정해 왔다. 그러니 판결을 수긍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당 대변인부터 시작해 줄줄이 반성 한마디 없이 ‘판결이 너무 가혹했다’ ‘판사들이 이상하다’는 식으로 재판부에 분풀이하는 것은 온당한 처사가 아니다. 판결이 마음에 안 든다고 판사를 탄핵하자는 얘기도 어이없다. 일부 강성 지지층에서 판사에 대한 인신공격성 주장이 나오는 것도 우려스럽다. 2심을 앞두고 ‘판결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려는 의도로 의심되기에 충분하다.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하거나 재판 결과를 무시하는 일은 결코 있어선 안 된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헌정질서를 부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지금은 사법부를 때릴 때가 아니라 여권의 인식이 재판 결과를 바라보는 다수 국민의 생각과 동떨어진 게 아닌지 자성할 때다. 공정에 대한 눈높이가 상당히 높아졌는데 여권만 낡은 기준을 가진 건 아닌지, 모든 사안을 내로남불식으로 해석하는 데 길들여져 늘 남 탓만 하는 건 아닌지 진지하게 되돌아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