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단금지법’ 사면초가… 국제적 비판 확산 속 정부 “소통 강화”

입력 2020-12-25 00:04 수정 2020-12-25 00:04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이 2014년 10월 경기도 파주시 통일동산 주차장에서 대북전단을 실은 대형 풍선을 날리고 있다. 국민일보DB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미국을 넘어 캐나다, 유럽 등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주권사항’이라는 정부·여당의 주장에도 ‘북한 인권과 관련한 국제 사안’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모양새다.

정부는 제3국에서의 살포 행위는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점 등을 반영한 ‘해석 지침’을 법 시행 전까지 마련하고 국제사회 소통을 강화해 법에 대한 이해를 구하겠다는 방침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24일 캐나다 정부가 대북전단금지법과 관련해 ‘표현의 자유’를 언급하며 비판적 입장을 드러낸 데 대해 “입법 취지 등을 포함해 미국, 캐나다 등 국제사회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외교·영사·교역 업무를 담당하는 글로벌사안부의 크리스텔 차트랜드 대변인은 전날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 요청에 “캐나다는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것처럼 표현의 자유를 지지한다”면서 “대화와 외교만이 북한 주민들의 안전과 안정, 경제적 번영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앞서 미 국무부가 “북한 주민들이 정권에 의해 통제된 정보가 아닌 사실에 근거한 정보에 접근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에 대한 보호를 지지한다”고 밝힌 것처럼 대북전단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음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법안을 둘러싼 논란은 유럽으로까지 번졌다. 벤 로저스 영국 보수당 인권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은 한국 정부에 법안 재고를 촉구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공동 서한을 영국 외무부에 전달했다.

우리 정부·여당이 ‘국내법’임을 강조하며 ‘주권사항’이라고 판단한 데 대해 로저스 부위원장은 “세계 최악의 정보통제, 인권유린이 자행되는 북한의 인권 문제와 연계된 국제적인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누구든 한국 국민의 안전과 한국 국회의 결정을 존중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얼마 전 CNN 인터뷰에서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인권이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며 “제한될 수 있다”고 했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활동하는 인권단체 ‘국경없는 인권’과 독일 인권단체 ‘사람’은 대북전단금지법과 관련해 한국 정부에 항의해줄 것을 요청하는 성명을 유럽연합(EU) 지도부와 독일 외무부에 각각 전달하는 등 여론 형성에 나섰다.

정부는 대통령 재가 후 관보 게재를 거쳐 다음 주 중 법안을 공포하는 등 절차대로 간다는 입장이다. 내년 3월이면 법안이 시행된다.

정부는 법 시행 전까지 ‘전단 등 살포 규정 해석 지침’을 마련, 입법 취지를 명확히 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표현 ‘방식’의 제한이란 점을 국제사회에 적극 설파할 계획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해석 지침을 통해 제3국에서 전단 등을 살포하는 행위는 이 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 보다 분명하게 정해질 것”이라며 “관계기관 협의 등 소정의 절차를 거쳐 법 시행 전까지 (지침) 제정을 완료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