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막힌 청년 예술인 품는 ‘사랑광주리’

입력 2020-12-25 03:01 수정 2021-01-26 11:49
‘선물, 마음의 시선을 담다’전에 참여한 임연준 임수지 허단비(왼쪽부터) 작가가 24일 서울 동작구 청년센터 라브리에 전시된 작품 ‘본향’과 ‘빛내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석현 인턴기자

서울 동작구 ‘청년센터 라브리’에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도 공부에 집중하는 청년들이 모였다. 라브리는 사랑의교회에서 운영하는 NGO 사랑광주리(이사장 오정현 목사)가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을 위해 노량진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자습과 정서 회복 공간이다. 마스크를 쓴 채 4인석 테이블에 한 명, 8인석 테이블에 두세 명씩 거리를 두고 앉은 청년들은 ‘공무원 영어’ 등 문제집을 펴놓거나 인터넷 강의를 보고 있었다.

설수연 작가의 ‘프레젠트:퍼머넌스’(Present:Permanence, 선물:영속성) 앞에서 한 청년이 공부하는 모습. 신석현 인턴기자

청년들 주변으로 서양화 동양화 도예 설치미술 사진 등 다양한 미술 작품 10점이 전시돼 있다. ‘선물, 마음의 시선을 담다’라는 주제로 이날부터 다음 달 16일까지 진행하는 청년작가 10인의 전시회다. 청년작가들은 사랑광주리가 진행한 청년예술공모전에서 선발된 이들이다. 사랑광주리는 코로나19로 전시 기회를 잃고 어려움을 겪는 청년 예술인들을 위해 공모전을 마련했다.

청년작가들은 이번 공모전이 코로나19로 환경적 제약이 커진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2017년부터 레바논 시리아 등 난민촌에서 본 풍경을 그려온 허단비(30) 작가는 “많은 전시가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상황에서 같은 마음을 품은 청년작가들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할 수 있어 감사했다”며 “앞으로도 크리스천 예술가들이 함께 비전을 이뤄가는 장이 많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 ‘빛내음’은 난민들이 사는 천막 위로 쏟아지는 따스한 위로의 빛, 즉 하나님의 사랑을 표현했다.

작가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사랑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임수지(23) 작가의 동양화 ‘본향’에는 다른 계절에 피는 꽃들이 함께 피어있는 곳에 어린 펭귄이 눈을 감고 누워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임 작가는 “죽음이 슬픈 것만이 아님을 깨닫고 천국 소망을 그림에 담기 시작했다”며 “펭귄들은 실은 죽어있지만, 언제든 보고 싶은 꽃을 보고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천국에 있기에 고통 없이 편안하게 자는 듯한 모습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임연준(24) 작가는 하나님의 창조물이자 인간에게 주어진 최고의 선물인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도예 작품 ‘베셀스 위드 트레저’(Vessels with treasure, 보배를 담은 질그릇)를 제작했다. 얇게 밀어낸 반죽을 손으로 하나씩 층층이 쌓아 결을 그대로 살린 화병에 보라색 꽃 두 송이가 꽂혀 있다. 그는 “손으로 만든, 자연스럽고 비정형적인 모습에서 빛이나 이파리 등 자연의 결이 느껴지게 했다”며 “광활한 자연을 여행하며 위로받듯이 제 작품에서 자연을 연상하며 위로를 얻길 바란다”고 전했다.

오정현 목사는 “이번 전시가 역량 있는 청년 예술가를 발굴하고 코로나19로 위축된 청년 예술인들이 다시 한번 힘을 얻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성탄을 맞아 라브리의 주 방문객인 청년들에게 전시회 주제처럼 작품들이 선물로 다가가는 시간이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