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통해 건너온 사랑… 보육원 아이들 “나를 알게 됐어요”

입력 2020-12-25 04:08
경기도 안성 신생보육원 학생들이 지난 22일 국민일보와 수자원공사가 공동 진행하는 사회공헌사업 ‘시화주니어 리더십 캠프’ 화상수업에 참여해 손을 흔들고 있다. 상담에 참여한 학생들은 1주일에 한 번씩 화상수업을 통해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한다고 전했다. 안성=최현규 기자

“엄마(보육교사)는 이곳에서 ○○을 만난 게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이라고 생각해. 엄마가 처음 이곳 가족이 됐을 때 묵묵히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 퇴소를 앞뒀지만 언제든 나는 네 고민을 들을 준비가 돼 있어. 사랑해!”

크리스마스를 앞둔 지난 22일 경기도 안성 신생보육원 아이들의 노트북에서 영상편지가 연이어 흘러나왔다. 화상회의 애플리케이션 줌(Zoom)을 통해 본 동영상에서는 ‘엄마’라고 불리는 보육교사들이 수업에 참여한 아이들 12명 모두에게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보육교사들의 영상편지를 본 아이들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눈물이 나올까 자신의 얼굴을 비추고 있는 카메라를 끈 뒤 ‘감동’이라고 인사하는 아이도 있었고, 먼저 눈물을 그친 아이들 일부는 계속 눈물짓는 아이에게 “쟤 운대요”라며 짓궂은 장난도 쳤다.

국민일보가 수자원공사와 공동으로 운영하는 사회공헌사업 ‘시화주니어 리더십 캠프’는 지난해 시작됐는데 당초에는 시화호 일대에서 환경생태 학습을 진행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코로나 블루’를 겪을 수 있는 보육원 청소년들에 대한 심리상담 프로그램으로 전환됐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차명호 평택대 교수는 “캠프의 본래 목적에 맞게 ‘생명’ ‘나눔’ ‘공유’라는 가치를 온라인에서 구현하고자 했다”며 “보육원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아이들이 온라인에서는 생각을 더 편하게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보육원 관계자도 “아이들이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며 “교육을 받으면서 유튜브나 방송에 출연하는 것같이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인 면담을 거쳐 네 번째 리더십 캠프 집단상담을 받은 아이들은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다. 교육 초반에는 모두가 카메라를 끈 상태로 익명으로 토론을 하기도 했다. 이후 매주 하나둘씩 카메라를 켜면서 서로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가게 됐다. 차 교수는 “온라인에서는 성별이나 몸집의 차이가 드러날 이유가 없어 더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남정아 로저스상담센터 소장은 “개별 상담 때는 가장 소극적이었던 아이가 사회에 나간 멘토들의 이야기를 듣고는 늦게까지 줌 대화방에 남아 오랫동안 생각을 말했다”면서 “아이가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인 줄 몰랐다’고 고백할 때는 원격수업에서도 충분히 사람들의 마음을 매만져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캠프는 다음 주 스스로가 어떤 인재라는 점을 알리는 ‘광고 동영상 촬영’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이날 수업 도중에는 보육원 아이들의 멘토를 자처하고 있는 모델 김서라씨가 깜짝 등장했다. 줌 대화방에 등장한 김씨는 “코로나19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환경이 펼쳐져 당황스러울 수 있겠지만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끊임없이 고민하라”고 조언했다. 마스크 제조업체 에이스바이오매드도 성탄절을 앞두고 마스크 3000장을 기부했다.

안성=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