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한국 CCM 100대 명반 ‘개봉박두’

입력 2020-12-26 04:08 수정 2020-12-26 23:16

40년 전부터 출시된 크리스천 뮤직 CCM(Contemporary Christian Music) 100대 명반 순위가 2021년 1월 4일자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지면을 통해 공개된다. 현대적 기독교 음악을 지칭하는 CCM은 한국에서 1980년대 기독 청년들이 주축이 돼 문화운동으로 출발했다.

100대 명반 선정작업은 CCM운동이 본격 시작된 지 한 세대가 지나는 시점에 이 운동에 대한 다각도의 해석과 기억이 절실한 시대, 시의적절한 역사적인 작업이다. 이 프로젝트는 신세대와 다음 세대에게 지난 크리스천 아티스들이 점차 잊혀가는 위기 가운데 제2의 부흥을 꿈꾸며 야심 차게 출발했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를 만나 발표 시기를 놓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100대 명반의 씨앗을 뿌린 8인의 1차 선정위원들은 수많은 음반 가운데 우선 400여개의 앨범을 추렸다. 이 리스트를 기반으로 40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2차 선정위원들이 기준에 따라 투표하고 최종 100대 명반을 선정했다. 선정 기준은 예술적 완성도, 대중적 영향력, 시대성과 메시지, 실험성과 창의성 4가지다.

선정작업은 2019년 1월 시작해 2년 동안 여러 차례의 만남과 토의과정을 거쳤다. 처음에는 순위보다 연대기로 선정하려고 기획했지만 다른 음악 장르의 선정 사례를 반영해 100장의 앨범이 자연스럽게 순위가 형성됐다. 하지만 선정위원들은 100장의 음반이 서열이나 우수성의 평가라기보다 지난 40년의 역사를 대표하는 대중적 파급력과 예술적 완성도를 지닌 앨범으로 기억되면 좋겠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100개의 음반으로 한정하다보니 훌륭한 작품과 앨범인데도 포함되지 못한 게 적지 않다. 음반을 선정하다보니 곡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아티스트들이 빠진 것도 아쉽다.

100대 명반에는 1980년대 자생적으로 일어난 노래운동의 선구자들이 두루 선정됐다. 주찬양 선교단, 김석균, 박종호, 송정미 등 내로라하는 뮤지션이 총출동한다. 90년대 황금기를 주도했던 김명식, 강명식, 꿈이 있는 자유 등 2세대 아티스트 그리고 2000년대 이후의 모던 워십과 록, 힙합, R&B, 포크, 동요, 민중가요 등 다양한 장르의 실험적 작품이 골고루 선정됐다. 아울러 시인과 촌장, 나얼, 비와이, 곽윤찬 등 기독교 가치관으로 일반 음악계에서 큰 호응을 얻은 작품들도 선정 대상에 포함됐다.

올해는 한국의 기독교 135년사에서 가장 암울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어둡고 쓸쓸한 크리스마스 시즌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성탄절 예배도 못 드리는 그야말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장탄식의 기도를 드리고 있다. 그러나 성탄절은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오신 날이다. 인간의 죄를 사해 주시고 천국 복음을 전하시고 성령세례를 주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 모두 구원받고 새 생명을 얻은 것에 감사를 드리자.

다사다난했던 경자년을 보내며 선정위원들은 기독교 음악은 근본적으로 메시지의 음악이며 아티스트가 한 앨범에 담아낸 서사를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100대 명반을 우선 발표하기로 했다. 2021년 하반기엔 100대 명곡도 선정할 계획이다. 이를 계기로 한 해의 가장 훌륭한 성과를 남긴 아티스트와 앨범 및 노래를 선정해 시상하는 크리스천 뮤직 어워드도 기획하고 있다. 발표와 함께 3∼4월에는 단행본도 간행할 예정이며 콘서트와 포럼도 개최한다.

신축년 새해를 맞아 CCM 100대 명반이 코로나19로 침체돼 있는 한국교회에 새로운 활력의 자극이 되고 기독교 노래운동의 의미와 가치를 재발견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더불어 한국교회 찬양문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가스펠 다시 부르기 콘서트와 어워드 등으로 확산되기를 바란다. 나아가 최근 트로트 열풍처럼 잊혀진 CCM을 다시 소환해 한국교회 부흥의 새 물결이 거세게 일어나기를 고대한다.

윤중식 종교기획부장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