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로나 위기 속 성탄절, 낮은 곳에 임한 의미 되새겨야

입력 2020-12-25 04:00
코로나19 대유행의 한복판에서 성탄절을 맞았다. 바이러스 확산을 우려해 각 교회가 대면 예배를 자제함에 따라 아기 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신도들 간의 ‘참 반가운’ 만남의 길이 막혔다. 성탄 축하 예배는 온라인으로 전환됐고, 입을 모아 올리는 찬송도 접하기 어려워졌다. 겨울 거리를 녹여주던 캐럴 소리도 잦아들었다. 전례가 드문 역경 속에서 맞이한 성탄이다. 어둠이 깊을 수록 우리는 더욱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성탄의 의미를 새기고, 따뜻한 체온을 어려운 이웃과 더 나누어야 한다.

올해 교계 지도자들이 던진 성탄 메시지는 한 곳으로 모아진다. 예수께서 세상으로, 그것도 가장 낮은 곳으로 오신 의미를 기억하고 그 뜻을 실천에 옮기자는 것이다. 한국교회총연합은 “다가가고 싶어도 다가갈 수 없고, 사랑을 전하고 싶어도 전할 수 없는 언택트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예수님의 사랑과 평화 안에서 영혼과 영혼이 만나는 ‘영택트’ 성탄절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예수님이 인간의 몸을 입고 세상에 오신 성육신 사건을 통해 자기 비움을 통한 사랑의 길을 걸어가자”고 제의했다. 소강석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장은 “우리가 얼마나 낮아져야 이 시대 작은 예수의 역할을 감당할까”라고 자문했고,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는 “우리에게 다가온 절망을 극복하는 길은 바로 예수님이 보여주신 섬김과 희생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성탄절 직전 전해진 대구의 ‘키다리 아저씨’ 얘기는 큰 울림을 준다. 그는 지난 22일에도 거액을 기부하며 자신과의 10년 기부 약속을 지켰다. 누적 기부액이 10억원을 넘었지만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의 명예나 표창을 거절했다. 그는 “혼자만의 노력으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며 더 많은 키다리 아저씨의 탄생으로 더불어 함께하는 사회가 되기를 기원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일상의 파괴와 국가 경제의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다. 그런데도 사회는 갈라져 이웃을 남으로, 상대를 적으로 내치는 분열의 세태가 확산하고 있다. 개별 교회, 각 교단은 스스로를 낮추고 각자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통합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닫힌 문을 열어젖히고 가난한 이웃과 힘겨운 교회들에 다가가야 한다. 서울 방배동 발달장애 모자와 함께한 교회, 코로나 치료를 위해 시설을 내놓은 교회들의 역할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회 공동체와 적극 소통하면서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생명과 치유의 빛을 전하는 소명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