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주에게 미안해요. 우리처럼 지적장애 갖고 있어서….”
지난 20일 다리 힘이 풀려 넘어진 딸 해주(6)의 상처를 소독하던 엄마는 연신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해주의 엄마 강수미(38)씨와 아빠 장준수(38)씨는 지적장애인이다. 장애인생활시설에서 만난 두 사람은 부부의 연을 맺고 2015년 해주를 얻었다. 고아원에서 자라 가족이라는 첫 울타리가 생긴 수미씨에겐 더없이 행복한 나날이었다. 형편은 빠듯했지만,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하루하루가 기뻤다.
건강한 줄만 알았던 해주의 이상을 알아챈 건 3년 전이었다. 또래보다 발달이 늦고 지나치게 산만한 게 이상해 찾아간 병원에서 해주는 지적장애 판정을 받았다. ‘내게 지적장애가 있어서 아이도 그리 된 걸까.’ 부부의 속은 까맣게 탔다.
장애가 악화되기 전에 조기치료를 받는 게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실행에 옮기는 건 쉽지 않았다. 매번 차 없이 집과 멀리 떨어진 병원에 다니기도 어려웠고 발육이 부쩍 좋아진 해주를 통제하기도 힘에 부쳤다. 그렇게 치료에 몰두해도 모자랄 시기를 속절없이 흘려보냈다. 부부에게 먼저 찾아온 장애는 또 다른 걸림돌이었다. 의사소통의 어려움 때문에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사이 해주의 장애는 방치될 수밖에 없었다.
매달 정부로부터 받는 120만원가량의 보조금이 해주네 수입의 전부다. 단칸방 월세 35만원과 생활비를 제외하면 세 식구가 생활하기도 빠듯하다. 부부 모두 장애가 있다 보니 직장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장씨가 어렵게 택배 물류작업 일을 구했지만, 선천성 심장병에 신장도 하나밖에 없는 그에게 고된 작업은 무리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일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시시각각 돌출행동을 보이는 해주를 보살피기 위해 옷 세탁 공장과 식당에서 일을 하던 강씨도 일을 접었다.
설상가상으로 해주는 최근 뇌종양 판정까지 받았다. 아직 나이가 어려 조금 더 자란 뒤 수술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약물치료도 불가능하다. 뇌 사진을 찍는 데 필요한 검사료와 추후 받게 될 수술비까지 생각하면 앞날이 캄캄하다.
이런 해주네 가족에게 한 줄기 빛이 돼주는 건 교회와 신앙이다. 최근엔 해주네의 안타까운 사연이 다니엘기도회(운영위원장 김은호 목사)를 통해 알려지면서 ‘사랑의 헌금’을 전달받았다. 덕분에 월세보증금을 마련한 해주네는 지난 5일 비좁은 단칸방을 벗어나 교회와 가까운 곳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출석하는 수원 창훈대교회(이상복 목사)는 해주네 가족의 든든한 둥지가 돼주고 있다. 일상에선 반찬 지원 등 생활에 필요한 도움을 주고 코로나19로 더 커진 어려움 속에서도 신앙이 성장할 수 있게 보듬어 준다. 장씨는 “교회의 도움이 성탄절 선물 같다”며 웃었다.
강씨는 성탄절에 이루고 싶은 소원이 하나 더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100원짜리 동전들이 짤랑거리는 작은 저금통을 보여줬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해주의 뇌종양 수술비에 쓰려고 모으고 있는데 이 돈이 필요 없게 해주의 고통이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정말 기적 같은 일일 텐데 하나님은 가능하시겠지요.”
◇'기적을 품은 아이들' 성금 보내주신 분(11월 27일~12월 23일/단위: 원)
△김병윤(하람산업) 정선호김정희 20만 △박경희 12만 △한승우 김전곤 김효선 조동환 윤종철 최정순 10만 △조점순 ㈜인스월드 오아시스교회 연용제 김철호 최찬영 고넬료 이윤미 독고순 무명 5만 △김덕수 이상복 한영희 3만 △장영선 소망 안준학 임순자 김미옥 2만 △김명래 김애선 김혜영 1만
◇일시후원: KEB하나은행 303-890014-95604(예금주: 밀알복지재단)
◇후원문의: 1600-0966 밀알복지재단
수원=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