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쿠키뉴스와 쿠키건강TV가 주관하고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과 정의당 류호정 의원실이 공동 주최한 ‘게임 자율규제, 어디까지 허용될까’ 토론회가 열렸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의 확산세로 인해 토론회는 화상 회의 프로그램인 ‘줌(ZOOM)’을 통해 진행됐다. 이경혁 칼럼니스트, 강신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연구위원, 조영기 한국게임자율정책기구 사무국장, 윤지웅 경희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이유원 반지하게임즈 대표, 오지영 변호사(게임물관리위원회 정책연구소 위원)가 패널로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날 토론에 앞서 주제발표에 나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규제의 주체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게임의 경우 현재 민간 영역에서 자체등급분류사업자를 통해 자율적으로 규제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각기 다른 등급 분류 기준과 더불어 선정성 사행성 게임의 범람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좌장을 맡은 이경혁 칼럼니스트는 주제발표에서 “현행 자율규제의 경우 게임이 사회에 줄 수 있는 부정적 요인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자율규제의 핵심인 이용자, 산업계, 정부 및 유관 등 세 가지 주체 간에 이견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각자의 입장은 다를 수 있지만, 합의를 통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규제범위를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각각의 주체가 자율규제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규제의 방향이 게임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가’ 등 세 가지 사안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강신규 연구위원은 게임광고를 중심으로 한 자율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게임산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마케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지만, 선정성과 폭력성이 두드러진 일부 게임광고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게임광고에 대한 일반적 심의는 광고를 전달하는 매체 단위로 이뤄지고 있는데, 게임에 대한 전문성 부재 등으로 인한 한계가 있다”며 “현행 제도로는 유해한 게임광고를 심의하는 부분에 어려움이 있기에, 새로운 제도 모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는 최소한의 조정과 최대한의 지원을 동시에 해야 하며, 정부와 업계 모두가 합의의 조정자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규제 강화를 놓고 의견이 갈리기도 했다.
조영기 사무국장은 “확률형 아이템의 경우 사회주의 경제체제인 중국을 제외하고는 모두 자율규제를 하고 있다”며 “게임광고를 모니터링한 결과, 주의 및 경고를 받은 게임은 6개 정도의 게임사에서 나온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부적절한 내용이 담긴 중국 게임들의 광고가 미성년자들에게 노출된 상황을 ‘게임광고의 문제’라며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저들의 니즈에 따라 광고가 노출되는 것이 인터넷 광고의 특징이다. 미성년자들에게 부적절한 내용이 왜 노출되었는지, 알고리즘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자율규제를 신뢰하지 못하는 것, 미준수 업체의 사후조치에 대한 우려에 대해 공감한다”면서도 “게임은 글로벌 콘텐츠다. 단일 국가의 기준으로만 규율하기 쉽지 않다. 정부규제가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자율성과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자율규제를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윤지웅 교수 역시 실효성을 지적받은 셧다운제를 예로 들면서 “정책이 한 번 규제화 되면 시장을 바꿔놓고, 바뀐 시장을 되돌리기엔 상당히 어렵다. 과거 정부규제가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동의했다.
반면, 오지영 변호사는 게임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공통 규제 영역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사행성과 청소년 이용 불가 게임에 대해 정부규제가 국한돼있다. 보편적인 정서나 해외와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이 정도의 정부규제가 과연 게임산업의 발목을 잡는지는 의문”이라며 “정부규제와 자율규제가 혼용된 형태가 당분간은 당위성을 가진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유원 대표 역시 정부규제와 자율규제의 적절한 보완을 주장했다. 과거 게임 사전 심의에 대한 입법으로 학창시절 만든 플래시 게임이 사라졌다고 회고한 이 대표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유저들에게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이 어느 정도 자리 잡았다”고 주장했다. 또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를 공개하는 법안이 유저들의 결정권에 영향을 미치는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광고의 규제에 대해선 게임 업계로선 반대만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라며 “입찰제로 경쟁하고 있는 게임광고는 특정 업체의 물량 공세 등이 진행되면서 게임광고가 다채롭게 송출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수준이 미달하는 광고나 적절하지 않은 광고들이 전광판을 차지하게 되면, 우리 같은 소규모 게임 업계 등은 피해를 보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적합한 게임 규제는 결국 이용자들을 설득시키는 데서 온다고 생각한다”며 “규제가 소규모 인디들의 시도를 제한하지 않는 선에서 이뤄질 수 있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방법적인 청사진을 제시해준다면 장기적으로 건전하고 다양한 게임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문대찬 쿠키뉴스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