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다른 안내염 환자를 붙잡고 같이 울었어요. 나보다 젊은 사람이던데 마음이 찢어지죠. 낫지 못할 병인 것 같다는 생각이 가장 두렵습니다.” 서울시 중랑구에 거주하는 안내염 환자 김진숙(가명·60)씨의 말이다. 김씨는 지난해 10월 말 지인이 추천한 안과 병원에서 백내장 수술과 렌즈삽입술을 함께 받고 안내염 부작용을 얻었다. 그는 “잘못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가슴을 쳤다.
대한안과학회와 대한안과의사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백내장 수술 환자에서 안과수술보조제(OVD·점탄물질 의약품) 부작용으로 의심되는 안내염 사례 100여건이 보고됐다. 통상 백내장 관련 안내염은 1000건당 1~2건꼴로 드물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지는데 단기간 내 안내염이 급증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백내장 수술 환자에서 발생한 안내염의 종류는 진균(곰팡이) 안내염이다. 안과에서 생길 수 있는 염증성 질환 중 가장 위험한 질환으로, 치료가 어렵고 실명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적지 것으로 꼽힌다. 안내염이 진단되면 균이 증식한 유리체를 제거하고 물로 채워주는 유리체절제술을 시행한다. 다만, 유리체절제술 이후에도 균이 남아있을 수 있어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의료계의 보고로 조사에 착수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유니메드제약의 안과수술보조제 유니알주를 비롯한 주사제 제조시설의 모든 제품(5개 품목)에서 미생물 오염 가능성을 확인하고 제조 중지 명령을 내렸다. 현재 질병관리청 등이 안내염과의 연관성을 확인 중이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최근 안과를 방문한 환자들은 ‘도대체 의약품 관리를 어떻게 한 것이냐’며 불안해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피해 환자들은 유례없는 부작용에 치료결과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라 분개해 하고 있다. 경기도 오산에서 영양사로 근무하는 이영은(가명·44세)씨는 “억울한 마음에 제약사에 연락해 어떻게 그런 약을 눈에 넣게 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눈을 잃게 되면 얼마를 보상하느냐가 무슨 소용인가 싶다”며 “병원에서는 눈 속 균이 잘 사라지지 않으니 지켜보자고 한다. 완치가 된다는 보장도 없고 실명될 수도 있다고 하니 스트레스가 크다”고 했다. 이씨는 지난해 10월 중순 백내장 수술 과정에서 유니알주가 사용된 케이스로 수술 일주 일 후 안내염 진단을 받았다.
예기치 않은 투병생활에 사회·경제적인 문제도 같이 다가왔다. 건물 청소 업무를 하던 김씨는 일자리부터 끊겼다. 그는 “지금은 사물의 형태만 보이고 글씨를 읽기도 힘든데다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한다. 업무에 다시 복귀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고 토로했다. 워킹맘인 이씨 또한 “병가를 내고 치료 중인데 직업 특성상 대체인력이 없어 그만둬야 할지 고민이 많다. 아직 엄마 손길이 필요한 10살, 13살 아이들에도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이들 안내염 피해 환자들은 ‘점탄물질(OVD) 안내염 피해자 모임’ 카페를 개설해 정보 공유 등을 모색하고 있다. 추후 문제 의약품과 안내염 사이의 연관성 규명여부에 따라 법적공방도 예상된다.
의료계는 안내염 원인규명과 피해 환자들에 대한 치료에 힘쓰겠다고 전했다.
최혁진 대한안과학회 부총무이사는 “실제 안내염 사례들과 사용한 OVD에서 같은 균주를 발견하는 것이 본 사례들에 대한 인과관계를 규명할 핵심이다. 지속적으로 사례를 모으고 치료 전반을 모니터링하는 한편, 역학조사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돕고 있다”며 “(각 의료현장에)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치료 방법에 대한 권고 사항을 배포했다. 뜻하지 않게 어려움을 겪으신 환자들에 대해서는 시력 재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유니메드제약 측은 정확한 인과관계가 규명되면 그에 따른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이다. 피해환자 카페 등과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메드제약 관계자는 “외부 기관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향후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 안내염 발생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밝혀지면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전미옥 쿠키뉴스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