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을 ‘코로나 블루’라고 부르는데, 이 말은 이제 사람들에게 익숙해진 단어가 됐다. 정신과 의사인 필자는 코로나19가 일상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실감하고 있다. 감염병 전파 차단 만큼이나 코로나19가 우리 마음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사람들은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걱정과 불안, 생활방식의 변화가 만든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코로나19 유행 초기보다 불안의 정도는 줄어들었지만, 자비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반복해 받는 이들이 있을 정도로 큰 불안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불안은 감염경로나 예방법에 대한 정확한 지식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 올바른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만 제대로 해도 감염 위험은 상당부분 제거할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도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은 통한다.
또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생활의 변화가 주는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최근 확진자 수가 대거 증가하면서 특히 그렇다. 예를 들어 실내 운동이 전면 중단돼 가뜩이나 활동량이 적은 겨울철에 신체활동은 더욱 줄어들게 되고, 각종 모임 취소로 지인과의 만남을 포기하는 것도 스트레스를 준다. 재택근무나 비대면 수업 역시 업무나 학업 효율 면에서 어려움을 주고 있으며, 가족들이 가까이 지내다보니 갈등이 늘어나기도 한다.
이와 함께 코로나19로 경제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우울증 환자가 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경제적 문제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는 앞선 불안 및 생활 변화로 인한 1, 2차 스트레스와는 다른 ‘3차 스트레스’로 구분할 수 있다. 우울증 치료가 현실적인 어려움을 줄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형편이 어렵다면 치료를 받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 경우 사회적 안전망뿐만 아니라 심리적 방역의 안전망으로부터도 소외될 수 있다.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경제적인 이유로 생긴 우울증은 ‘코로나 블루’가 아닌 ‘코로나 레드’로 불려야 할지도 모른다.
이렇듯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더 많은 국민들의 정신건강이 위협받게 될 것이다. 이를 개인의 노력으로만 극복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때문에 정부는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심리 방역에 나서야 한다. 비록 사회적 거리두기와 경제 활동은 양립하기 어렵지만, 바이러스에 대한 방역뿐만 아니라 ‘코로나 블루’와 ‘코로나 레드’의 차단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정동청 원장(서울청정신건강의학과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