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보다 ‘제사장 나라’… 바벨론 제국 한복판서 증거하다

입력 2020-12-25 18:48
조병호 서울 하이기쁨교회 목사가 2008년 6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성경을 통한 재정향: 한국 신학자 140인 서울선언’에서 통성경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다니엘이 바벨론 포로로 끌려갑니다. 창세기 요셉처럼 다니엘도 하루아침에 포로로 끌려간 것입니다. 갑자기 말도 통하지 않는 머나먼 타국으로 사로잡혀간 다니엘은 그곳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여러 나라 청소년을 만납니다. 그리고 바벨론 제국의 정책인 ‘이데올로기 교육’을 받기 시작합니다.

이때 다니엘이 뜻을 정합니다. 어려서부터 가정에서 성경을 배운 다니엘은 비록 포로로 끌려와 바벨론 왕궁에 살고 있지만, 바벨론 왕이 먹는 음식이 아닌 레위기 11장의 말씀대로 음식을 먹어야겠다는 각오를 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도움으로 그 일을 실행할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요셉이 애굽에 내려가게 된 것은 하나님의 뜻과 계획이었습니다. 다니엘이 바벨론에 가게 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제국’과 ‘제사장 나라’ 중 어떤 나라가 월등한지를 바벨론 제국 한복판에서 알게 하셨습니다.

어려서부터 패밀리스쿨을 통해 모세오경을 배운 다니엘이 제사장 나라 법이 제국의 정책보다 우위에 있음을 드러낸 것입니다. 바로 다니엘의 지혜와 총명이 온 나라의 박수와 술객보다 10배 이상 월등했다는 사실로 말입니다.(단 1:19~20)

다니엘은 제국의 힘보다 살아계신 하나님의 능력, 제사장 나라가 더 월등하다는 것을 ‘알고, 믿고, 순종하고, 체험하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 영성의 사람이었습니다.

다니엘은 그렇게 바벨론에서 70년을 보냅니다. 그러던 중 바벨론이 하루아침에 멸망하고 페르시아 제국이 등장합니다. 다니엘은 이 사실이 오래전 예레미야 선지자를 통해 말씀하신 하나님의 뜻이었음을 깨달아 알고 있었습니다.

“메대 족속 아하수에로의 아들 다리오가 갈대아 나라 왕으로 세움을 받던 첫 해 곧 그 통치 원년에 나 다니엘이 책을 통해 여호와께서 말씀으로 선지자 예레미야에게 알려 주신 그 연수를 깨달았나니, 곧 예루살렘의 황폐함이 칠십 년 만에 그치리라 하신 것이니라.”(단 9:1~2)

한 나라에서 정권만 바뀌어도 고위 공직자는 자리 보전이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다니엘은 제국의 변동 속에서도 그의 실력을 인정받아 페르시아 제국에서 더 높은 고위 공직자가 됩니다.

다니엘은 페르시아 제국에서 120명의 도지사급 인사를 관리하는 세 명의 총리 중 한 명으로 뽑혔습니다. 더 나아가 페르시아 왕은 세 명의 총리 가운데 다니엘을 가장 높은 자리에 올려 전국을 다스리게 하려 했습니다.

그러자 다른 총리와 고관들이 다니엘을 시기합니다. 그들은 다니엘이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도록 다니엘의 과거 행적을 조사하고 고발할 근거를 찾습니다.

하지만 다니엘에게 아무 근거, 아무 허물도 찾지 못합니다. 그러다가 그들이 다니엘에게서 한 가지 특이한 행동을 발견합니다. 예루살렘을 향해 창문을 열고 하루 세 번씩 무릎을 꿇고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이었습니다.

곧바로 총리와 고관들은 왕에게 나아가 앞으로 30일 동안 누구든지 왕 외의 어떤 신에게나 사람에게 무엇을 구하면 사자 굴에 던져 넣을 것을 금령으로 정하도록 요청합니다. 그리고 조서에 왕의 도장을 찍습니다.

그런데 다니엘은 왕의 도장이 찍힌 줄 알고도 ‘전에 하던 대로’ 예루살렘을 향해 창문을 열고 하루 세 번씩 무릎 꿇고 기도합니다. 다니엘이 적국의 땅에서, 그리고 이미 불타버린 예루살렘 성전을 향해 기도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것은 다니엘이 모세오경뿐 아니라 솔로몬의 ‘성전 낙성식 기도’ 내용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기를 사로잡아 간 적국의 땅에서 온 마음과 온 뜻으로 주께 돌아와서 주께서 그들의 조상들에게 주신 땅 곧 주께서 택하신 성읍과 내가 주의 이름을 위하여 건축한 성전 있는 쪽을 향하여 주께 기도하거든 주는 계신 곳 하늘에서 그들의 기도와 간구를 들으시고… 주께 범한 그 모든 허물을 사하시고.”(왕상 8:48~50)

솔로몬은 만약 이스라엘 민족이 포로로 끌려갔을 때 그곳에서 그들의 잘못을 깨닫고 형벌을 기쁘게 받으면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과 맺은 언약을 기억하시겠다는 레위기 26장 말씀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말씀을 기초로 ‘형벌을 기쁘게 받는 방법’을 기도에 담았습니다.

즉 적국의 땅에서 징계를 받을 때, ‘하나님의 이름을 위해 건축한 성전을 향해 기도하면’ 그 기도를 들으시고 허물을 용서해 달라는 것입니다.

이 기도를 다니엘이 그대로 믿고 실행한 것입니다. 이처럼 다니엘의 기도에는 레위기 26장과 열왕기상 8장이 통으로 들어 있습니다.

조병호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