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 사유화·팬 사찰’ 키움 징계 고심하는 KBO

입력 2020-12-24 04:03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키움 히어로즈의 징계 결정에 관해 숙고에 들어갔다. 정 총재는 키움에 대한 상벌위의 징계 수위가 민심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는 모습이다.

KBO는 23일 구단 사유화와 팬 사찰 의혹에 휩싸인 키움 히어로즈의 징계 결정에 관해 입장을 내고 “정운찬 총재는 구단의 소명 및 상벌위 결과를 보고받고 검토했다”면서도 “해당 사안에 대해 조금 더 숙고한 뒤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키움 징계는 총재의 최종 승인만을 남겨둔 상태다. 앞서 KBO는 22일 상벌위원회 종료 직후 키움에서 소명 기회를 요청해 최종 결정을 미뤘다. 이어 23일 오전 키움이 제출한 소명서에 대해 내부 법률검토를 거친 후 상벌위원들의 의견을 다시 모은 결과를 정 총재에게 제출했다.

정 총재가 고심하는 주요 이유로는 상벌위의 결정이 민심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상벌위의 구성 위원들이 대부분 법률가이기 때문에 키움의 의혹에 들끓는 민심과는 달리 수위 높은 처벌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번 달로 임기가 마무리되는 정 총재에게는 마지막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키움의 징계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정 총재가 키움에 중징계를 내리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키움 소속이었던 이택근은 지난 11월 말 ‘키움이 품위를 손상했다’며 KBO에 키움의 징계를 요청했다. 허민 키움 이사회 의장이 지난해 6월 고양 야구국가대표훈련장에서 2군 선수와의 캐치볼을 했던 것이 한 팬의 영상으로 외부에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자, 키움이 설치해둔 CCTV를 통해 제보자를 찾아내려고 했다는 것이다.

키움은 “CCTV 확인을 했지만, 영상을 촬영한 분에게 어떠한 행위도 취하지 않았다. 구단이 팬을 사찰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손혁 전 키움 히어로즈 감독이 돌연 사퇴한 배경에 허 의장의 과도한 개입이 있다는 의혹까지 불거져 지위를 이용해 선수단을 사유화 했다는 비판도 일었다. 2위를 달리던 키움은 손 전 감독 사퇴 후 리그 5위까지 추락하면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런 논란에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와 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협회(한은회)까지 나서서 키움을 비판했다. 선수협은 지난 11일 입장문을 내고 “계속되는 논란에도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일명 ‘야구 놀이’를 강요하는 키움에 유감을 표하며, 갑질과 비상식적인 지시를 당장 멈출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은회는 지난 14일 “최근 불거진 키움의 소속 선수들에 대한 비상식적인 지시와 불법으로 팬을 사찰하는 등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허 의장은 이런 야구계 전반의 들끓는 분위기에도 계속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키움 구단을 통해서 반박자료를 내는 것 이외에는 어떤 입장도 표명하지 않고 있어서 야구 팬들의 비판을 키우고 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