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23일 수험생에게 배부됐다. 올해 수험생들은 1교시 국어 영역에서 특히 애를 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뜩이나 긴장되는 1교시인데다 코로나19로 인한 시험 환경 변화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한국사를 1교시로 조정하자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 것으로 보인다.
올해 수험생들은 예년보다 더 강한 ‘1교시 쇼크’를 경험했을까.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수능 후 재수생들을 만나보니 ‘1교시 때 머릿속이 새하얗게 됐다’고 하더라. 고3 재학생들의 충격은 더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유의 ‘코로나 수능’에 따른 국가적 관심, 마스크 의무화, 책상 칸막이 등 환경 변화로 인해 심리적 타격이 1교시에 집중됐다는 설명이다.
수능 당일 국어 교사들과 입시 업체들의 난도 분석의 혼선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국어 시험지를 처음 접한 교사들과 입시 업체들은 한결같이 ‘평이했다’고 분석했다. 과거보다 지문 길이가 짧고 내용도 평범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수험생들이 시험을 마치고 시험장을 나오자 ‘어려웠다’로 변경했다. 실제 출제 당국의 채점 결과 발표에서도 표준점수 최고점이 지난해 140점에서 144점으로 올랐다. 표준점수 최고점은 시험이 어려우면 상승한다.
‘코로나19발 학력 저하’를 의심할 수 있지만 영어 성적을 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90점 이상 1등급 비율이 역대 최고치(12.66%)였다. 출제 당국은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고 낸 문제들을 수험생들이 쉽게 풀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사 1교시’ 주장은 수험생에게 ‘워밍업’ 시간을 줘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돼 국어 비중이 커지고 난도도 높아진 이후 이런 주장이 고개를 들었다.
‘멘탈 역시 실력’이란 주장도 있으나 기본적으로 수능은 대학에서 공부할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다.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평가의 타당성이 높아진다는 주장이다. 부담감으로 1교시를 망치면 다른 과목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또 4교시에 한국사와 탐구 영역을 함께 치르면서 발생하는 부정행위 논란 역시 줄일 수 있다.
시험 시간 연장이 걸림돌이다. 한국사를 1교시로 옮기면 휴식시간 때문에 전체 시험이 20여분씩 밀린다. 점심시간을 비롯해 최종 종료 시점도 늦어진다. 그러면 중증장애 수험생의 경우 밤 10시 이후까지 시험을 보는 강행군을 해야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의견 수렴이 필요한 부분이나 현장에선 웬만하면 수능은 손대지 않고 현행대로 하자는 경향이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한편 수능 성적표가 나오면서 수험생들은 정시 전략 수립을 본격화했다. 종로학원은 국어·수학·탐구 표준점수 합산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는 409점, 의예과 412점을 지원 가능 점수로 예측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