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 코로나 전세계 퍼졌을 수도… ‘영국서 기원’ 장담 못해”

입력 2020-12-24 04:01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벽에 23일 런던 등 노선별 전자신고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부는 영국에서 유행 중인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국내 전파를 막기 위해 연말까지 영국 런던발 인천행 항공편 운항을 일시 중단키로 했다. 연합뉴스

영국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변종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이미 전 세계에 퍼져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의 강력한 바이러스 감시시스템이 다른 나라보다 먼저 변종 바이러스를 발견하게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간) “변종 바이러스가 영국에서 기원한 것인지, 얼마나 널리 퍼져 있는지 답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라며 “영국에서 변종이 발견된 이유는 그곳 과학자들이 코로나19 확진자 검체를 대상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바이러스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을 실시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과학자들이 ‘게놈 감시’라고 부르는 바이러스 샘플의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은 바이러스가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에 대해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미 프레드허치슨암연구센터 백신·감염병 부서의 트레버 베드포드 부교수에 따르면 지난 1일 이후 이날까지 영국은 총 3700건 이상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 밝힌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분석 결과는 단 40건에 불과했다.

미 감염병 컨트롤타워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이날 “아직 미국 내에서 변종이 확인되지는 않았다”면서 이미 퍼져나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CNN방송에 따르면 CDC는 “미국 코로나19 감염자의 극소수만이 유전자 분석 과정을 거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변종은 발견되지 않았을 뿐 이미 미국에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 내 1700만건의 감염사례 가운데 0.3%에 불과한 약 5만1000건만 유전자 분석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도 ABC방송에 출연해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가 이미 미국 내 존재할 가능성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같은 곳에 이 정도의 확산이 발견됐다면 이미 여기(미국)에도 있을 것이라고 가정할 필요가 있다”며 “만약 있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변종 바이러스 발견 국가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23일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는 변종 바이러스가 덴마크에서 10건, 벨기에서 4건, 호주·이탈리아·네덜란드·아이슬란드 등에서 각각 1건씩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영국발 변종과는 또 다른 종류의 변종 바이러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BBC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영국의 변종과는 무관한 또 다른 변종이 발견됐다며 이 변종 바이러스가 남아공의 신규 감염자와 입원·사망자를 급증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21일 전했다.

변종 바이러스가 빠르게 번지고 있는 영국에서는 이날 3만6804명으로 역대 최다 일일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새해 벽두부터 잉글랜드 전역이 3차 봉쇄 조치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변종 바이러스 공포에 영국과 인접한 유럽은 물론 상당수 국가는 영국발 입국을 차단하고 있다. 이날 BBC방송 등에 따르면 현재 50개국 이상이 변종 바이러스 유입 우려로 영국발 항공편을 제한하고 있다. 새로운 변종이 발견된 남아공에 대해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하는 국가도 늘고 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