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코로나19 해외 백신 도입 지연 비판에 문재인 대통령의 비공개 발언까지 공개하며 대응에 나섰지만 ‘백신 실기’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청와대가 문 대통령의 백신 자체 개발 지시와 해외 백신 구매 지시를 뒤섞으며 ‘백신 행보’로 뭉뚱그려 해명한 것이 오히려 혼선을 일으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는 23일 백신 지연 비판에 대한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전날 대통령 발언을 공개하며 ‘백신의 정치화’를 비판했던 것과는 다른 기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백신에 대해서는 어제 충분히 서면 브리핑으로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난 22일 문 대통령의 “백신 관련 행보를 최소한도로 정리했다”며 백신 관련 대통령의 지시 13건을 공개했다. 문제는 청와대가 공개한 대통령 발언에 국산 백신 개발 지시와 해외 제약사 백신 도입 지시가 뒤섞여 있다는 것이다. 지금 여론이 요구하는 것은 한국이 개발 중인 ‘K백신’이 아닌 화이자, 모더나 등 해외에서 접종 중인 백신의 국내 도입이다. 청와대는 백신 국산 개발 지시까지 한데 묶어 대통령이 예전부터 확보를 지시했다는 식으로 해명했다.
청와대가 공개한 지시를 보더라도 문 대통령이 명시적으로 해외 백신 확보를 주문한 것은 지난 9월 15일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내부 참모회의에서 “코백스(COVAX), 글로벌 제약사 등을 통해 충분한 약의 백신을 확보해두라”고 지시했다. 이전 발언들은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방점을 두고 있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해외 백신도, 문 대통령이 7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위탁받아 생산하기로 한 사실을 보고받고 물량을 확보하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역시 ‘위탁 생산’이어서 해외 백신 구매와는 거리가 있다.
청와대는 이날 기자단 공지를 통해 “지난 4월 24일 출범한 코로나19 치료제·백신 범정부위원회는 그동안 백신 개발과 도입을 논의하고 추진해 왔다”고 했다. 또다시 개발과 도입을 뭉뚱그린 것이다. 하지만 정부 부처가 합동으로 지난 18일 발표한 ‘백신 확보 현황’에 따르면 화이자, 모더나 등 글로벌 기업과 백신 선구매 협상을 시작한 것은 지난 7월이다.
여권도 백신 확보 지연에 대한 비판을 ‘백신 안전성’으로 방어하려 하면서 좌충우돌하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근 “안전성을 검증하고 접종하는 것이 정부의 원칙”이라며 “백신 접종 후 알레르기 반응과 안면 마비 등 부작용도 보도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내부 참모회의에서 “백신 안전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우리가 배송 취급 과정에서 부주의가 있지 않은 한 과학과 의학에 기반해야 한다”며 “최선을 다해 확보하라”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백신 확보가 늦어진다는 지적에 22일 코로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셀트리온을 찾았다. 그러나 치료제가 백신처럼 일상 복귀를 가능하게 하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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