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경심 1심 판결, 정치적 잣대로 평가하지 말라

입력 2020-12-24 04:01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법정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는 자녀 입시비리와 자본시장범죄 등 15개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에게 징역 4년, 벌금 5억원을 선고하고 추징금 1억3000만원을 부과했다. 검찰의 공소사실 대부분이 유죄로 인정됐고, 15개 혐의 가운데 무죄 판결을 받은 건 극소수에 불과하다. 검찰의 완승이다.

1심 형량은 검찰이 구형한 징역 7년, 벌금 9억원, 추징금 1억6000만원엔 미치지 못하나 중형임엔 틀림없다. 대학교수와 고위공직자 아내라는 신분을 이용해 특권층의 기득권을 부당하게 사용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비록 1심 판결이나 이 판결로 ‘조 전 장관 낙마를 위한 표적수사’라며 무죄를 주장한 정 교수 측의 설자리는 좁아졌다. 특히 우리 사회에 형평과 공정의 테제를 불러일으킨 자녀 입시비리 혐의의 경우 전부 유죄로 결론지어져 정 교수 부부의 도덕성 훼손은 불가피하다.

일단 검찰은 수사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조 전 장관 국회 인사청문회에 맞춰 무리하게 정 교수를 기소했다’는 시달림에서 벗어날 발판을 마련했다. 아울러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의 정당성을 확보함으로써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관련 수사의 동력을 확보하게 된 게 검찰의 최대 성과다.

이번 판결은 정 교수와 여러 혐의가 겹치는 조 전 장관 재판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법적 잣대가 아닌 정치적 눈금으로 이번 판결을 평가, 재단하는 진영 대결이 더욱 치열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법정에서 다퉈야 할 법적 문제를 정치문제화해봐야 사회 혼란만 가중시킬 뿐 근본적 해결책이 못 된다.

정 교수 측은 1심 판결에 불복, 항소 의사를 밝혔다. 1심 판결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면 검찰의 공소사실을 반박할 객관적 증거 확보에 노력하면 된다. 검찰 또한 1심 승소에 자만하지 말고 조사 한 번 하지 않고 정 교수를 기소한 게 적절했는지, 먼지털이식 수사가 아니었는지 곱씹어봐야 한다.

무엇보다 실체적 진실을 가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제 겨우 1심 판결이 내려졌을 뿐이다. 항소심이나 대법원에서 얼마든지 판결이 뒤집힐 수 있다. 대법원 최종 판결이 있기까지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정 교수는 기결수가 아닌 미결수 신분이다.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외부의 어떠한 힘도 작용해선 안 된다. 법의 최후 보루, 법원의 판단에 맡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