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백신 안 맞으면 대중교통 이용금지”… ‘백신 신분증’ 시대 오나

입력 2020-12-24 04:03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열린 기후변화 대응 시민협의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프랑스 정부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은 대중교통이나 공공장소 이용을 제한하는 법을 추진해 논란이 되고 있다. 미접종자의 일상생활을 제한해 사실상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려는 법안이라는 해석이다.

22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코로나19 예방조치’를 받은 사람에게만 대중교통 탑승이나 특정 장소 이용, 특정 활동 등을 허용해주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허용 조건으로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거나 백신 접종 등 예방조치를 받았다는 증거를 제출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특정 장소’나 ‘특정 활동’에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포함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법안 내용이 알려지자 야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이 강하게 반발했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을 이끄는 마린 르펜 대표는 “(이 법이) 백신 접종을 강제하지는 않지만 미접종자는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서 “본질적으로 전체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기욤 펠티에 공화당(LR) 부대표도 “정부가 의회 통제 없이 우리의 자유를 정지시킬 수 있는 모든 권한을 얻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법안은 대중교통 이용과 같이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활동을 할 때마다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음성 확인서를 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에서 사실상 ‘백신 접종 의무화’ 법안으로 해석된다.

이는 프랑스에서 유독 강한 백신 불신을 넘어서기 위한 정부의 고육책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지 매체 프랑스24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의 55%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희망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 거부 비율은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1위다.

논란이 이어지자 정부는 진화에 나섰다. 아멜리에 드 몽샬린 유럽담당장관은 법안에 대해 “보건 위기를 핑계로 정부에 예외적인 권한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면서 “의회에서 토론을 거치며 모호한 부분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