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부적절한 언행 등으로 고위공직자로서의 자질이 의심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23일 열렸다. 변 후보자는 바짝 엎드려 과거 망언에 대해 수차례 사과했다. 다만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재임 시절 블랙리스트 작성, 지인에게 일감 몰아주기, 동문 낙하산 채용 등의 의혹에 대해선 부인했다. 변 후보자는 2016년 구의역 사고에 대해 “사실 아무것도 아닌데, 걔(숨진 김군)가 조금만 신경 썼었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다”고 말했던 것이 나머지 의혹들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였다. 이날 청문회에서도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김군 어머니의 육성을 틀면서 변 후보자를 꾸짖었고, 그가 사과하자 “그런 사과 가지고는 안 된다”고 호통을 쳤다. 청문회가 열리는 하루 동안 고개 숙이며 죄송하다는 말 몇 번 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 정도 성의만 보여도 장관이 될 수 있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장관이 되려는 사람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인식이다. 이미 드러난 심각한 흠결에도 불구하고 변 후보자를 국토부 장관으로 꼭 임명해야 할 이유를 청문회에서 찾지 못했다. 그가 자진 사퇴하거나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하는 것이 옳다.
여당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집값 잡을 부동산 전문가”라며 변 후보자를 엄호했지만 그가 집값을 잘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현 정부 들어 부동산 대책을 24차례나 쏟아냈음에도 집값을 잡기는커녕 시장을 악화시키기만 했으면 당연히 정책 방향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하지만 변 후보자는 기존 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문재인정부 들어 집값이 급등한 것이 전 정권의 부동산 규제 완화와 저금리 때문이라고 했고, “주택 가격 상승 여부가 주택 정책의 유일한 평가 기준이 될 수 없다”며 현 정부의 정책을 옹호했다. 투기 수요 억제를 위해 보유세를 더 강화하고 대출 규제를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지금까지 실패를 거듭한 정책 기조를 바꿀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는 후보자가 장관이 된 뒤 갑자기 집값이 잡히고 시장이 안정을 찾을 리 있겠는가.
[사설] 변창흠, 국토부 장관으로 적합하지 않다
입력 2020-12-24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