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의혹을 폭로한 판사 출신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범여권 일각에서 사법농단 판사 탄핵 등 사법개혁 추진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검찰 개혁만으로도 힘에 부치는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난색을 표하고 있어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 의원은 23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법원이 2019년 5월 다수의 사법농단 판사들을 징계 면제해주고 난 뒤 지금까지 아무런 설명도 없다”며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개혁을 배신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은 슬금슬금 사법농단 판사들을 재판부로 복귀시켰다”며 “본인(김 대법원장)이 왜 대법원장이 됐는지 이미 다 잊은 것 같다. 이대로 가면 우리 역사에 사법개혁을 꺾은 사람은 ‘양승태 대법원’이 아니라 ‘김명수 대법원’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판사 탄핵 지연 이유에 대해 “(민주당이) 180석 거대 정당이라고는 하나 개혁전선을 여러 개 동시에 만드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초동에는 그동안 퇴직한 사법농단 판사들이 전관예우 효과로 사건을 싹쓸이하고 있다는 풍문이 돌고 있다. 이것이 말이 되는 상황이냐”며 “정말 숯덩이를 삼킨 것 같이 속이 타들어가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과 고영인 최혜영(민주당) 류호정(정의당) 김진애(열린민주당) 용혜인(기본소득당) 의원은 이날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임성근·이동근 부장판사의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임 부장판사와 이 부장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제기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일본 기자의 재판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다.
이들은 “임 판사 등이 세월호 진상규명 분위기를 위축시키려는 정치적 목적으로 재판에 개입한 행위는 이미 1심에서도 ‘헌법에 위반된다’고 인정했다”며 “위헌적 행위를 한 판사는 헌법재판소 판결을 통해 탄핵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현재 검찰 개혁 국면에서 그 문제(법관 탄핵)를 거론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며 “쌓여있는 문제들을 우선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20대 국회에서 법관 탄핵을 추진했으나 지도부 내 인식차를 드러내며 실패했다. 당시 지도부 인사는 “입법부가 사법부를 탄핵할 경우 국가권력의 체계가 상당히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고 전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