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5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된 1차 긴급재난지원금의 30%가량이 소비됐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재난지원금 지급 효과에 대한 국내 첫 본격적 연구 결과다. 정부가 14조원이 넘는 돈을 뿌렸지만 관련 매출은 4조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는 의미다. 나머지 70%는 빚 상환이나 저축 등으로 사용됐을 것으로 KDI는 봤다.
KDI의 연구 결과는 다른 나라의 선행 연구 사례나 학계 컨센서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2009년 전 국민에게 1만2000엔에서 2만엔씩 지급한 일본은 전체 금액의 25%만 소비 증대로 이어졌다. 같은 해 지급된 대만 소비쿠폰의 소비 증대 효과도 지원 총액 대비 24.3%로 분석됐다. 2001년 미국 사례의 경우는 20~40%였다. 학계에서도 소비쿠폰 지급을 통한 소비 증대 효과를 지원액의 20~30%로 추정한다. KDI 연구에서 또 유심히 봐야 할 것은 지급액의 30%에 그친 소비의 상당 부분이 의류나 가구 등 내구재에 몰렸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많은 수혜를 입었다는 의미다. 대면 서비스나 음식점 등 지원이 긴요한 자영업자들이 주로 꾸려나가는 업종으로 흘러간 자금은 미미했다. 정작 지원이 가장 필요한 업종이나 개인에게 재난지원금의 효과가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것은 문제다. 재난지원금 효과는 5월과 6월 첫째 주 등 한 달 정도만 지속했던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KDI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여행업과 대면서비스업 등 피해가 큰 사업체의 매출 확대에 한계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그런 만큼 이들 피해가 큰 업종 종사자에 대한 직접적인 소득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올해 초 재난지원금 대상과 지급 방식을 놓고 격렬한 분열을 겪었던 한국 사회는 이번 연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그것은 ‘피해가 큰 업종이나 개인을 중심으로 한 선별적 지원’이 재난지원금 지급의 기준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사설] 보편적 재난지원금 효과 낮다는 KDI 연구 결과
입력 2020-12-24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