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강에서] 유튜브, 민주주의에 총 겨누나

입력 2020-12-24 04:02

‘소셜 미디어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가(Do social media threaten democracy?)’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의 2017년 11월 4일 커버스토리 제목이다. 표지 그래픽은 자극적이다. 누군가 페이스북 로고 ‘f’를 총처럼 들고 있고, 로고의 끝에선 방금 총알이 발사된 듯 연기가 솟아오른다. 내용은 이렇다. 페이스북과 구글,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가 정확한 정보와 손쉬운 소통으로 부패와 편견, 거짓말을 몰아내 정치 수준을 한 단계 높일 것으로 기대했으나 어느 순간 양질의 정보를 유통하기는커녕 유해 정보라는 독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허위 사실과 분노를 퍼뜨리고 유권자의 판단을 좀먹고 협력을 방해하면서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평화롭게 공존하도록 하는 ‘정치적 교섭’을 위한 환경을 약화시키고 있다고도 했다. 사용자의 관심을 끄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알고리즘을 위해 데이터를 수집하는데, 이러한 시스템은 사용자들에게 개인의 편견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보를 전달한다고 강조한다. 서로 다른 편에 있는 사람들은 서로 다른 사실을 접하게 되고 타협에 도달하기 위한 경험적 근거를 공유하지 않게 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소셜 미디어는 분열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해 결국 민주주의를 향해 총을 겨누는 존재가 됐다고 비난한다.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 개발팀에서 일했던 인공지능학자 기욤 샬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튜브 세상은 현실과 닮아있는 것 같지만 시청자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도록 왜곡돼 있다. 추천 알고리즘의 최우선 순위는 시청 시간을 늘리는 것”이라며 “추천 알고리즘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게 아니다. 유혹에 최적화돼 있고, 결국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용자의 관심사에 맞춰 필터링된 인터넷 정보로 인해 편향된 정보에 갇히는 현상)이 강화돼 사람이 단순화된다”고 우려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의 제이넵 투펙치 교수는 SNS의 시스템은 사용자를 동지 집단으로 몰아넣어 온건한 시각도 극단적인 시각으로 변모시킨다면서 실제 미국에서 중도 성향이 줄어드는 정치적 극단화 효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현상은 올해 미국 대선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미국은 이번 대선에서 극심한 불화와 분열을 보이며 완전히 둘로 갈라졌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나라를 분열이 아닌 단합으로 이끄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수차례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전 세계 민주주의 모범국가라던 미국이 어쩌다 이런 지경까지 추락했는지에 대한 분석 기사도 쏟아진다. 그중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흥미로운 분석이 바로 유튜브 부분이다. 미국의 인터넷 매체 복스닷컴의 에즈라 클라인은 유튜브가 미국 사회를 극단화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설명하면서 유튜브가 시민의 정치 의사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유튜브가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평범한 뉴스를 소비한 사용자에게 더 극단적인 동영상을 추천했다는 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유튜브가 정보 공유, 소통의 가치를 구현하는 본래의 목적보다 사회적 불화와 혼란을 더 심화시키는 ‘민주주의 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봤다.

이런 점에서 한국도 미국과 닮았다. SNS로 끼리끼리만 소통하면서 저마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성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 이념을 강조하거나 가짜뉴스를 무분별하게 퍼 나르는 개인 유튜브 방송의 난립도 우리 사회의 확증편향성을 부추긴다. 특히 유튜브 등이 이용자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면서 이용자는 제 입맛에 맞게 걸러진 정보만 접하게 되고, 그로 인해 정치·사회적 이슈에서의 고정 관념과 편견은 강화되고 있다.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만연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유튜브. 이 생태계에 더 이상 놀아날 수는 없지 않은가.

김준동 공공정책국장 겸 논설위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