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남녀 아닌 젠더의 결합으로 왜곡해 가정 해체 꾀해

입력 2020-12-25 03:03
곽혜원 대표는 지난 8월 24일 '젠더 페미니즘에 대한 복음적 대안'을 주제로 한 온라인 강연에서 급진적 젠더주의 진영이 다양한 젠더퀴어간 결합을 정당화하는 자충수를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튜브 '복음한국TV' 캡처

인류 역사상 일부일처제에 기초한 결혼과 가정에 가장 적대적인 사조는 젠더주의다. 이는 욕야카르타 지침에 분명히 드러난다. 특히 “모든 사람은 성적 지향 및 젠더 정체성에 상관없이 가정을 형성할 권리가 있다. 가정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어떤 가정도 구성원의 성적지향 및 젠더 정체성을 이유로 차별을 당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 제24조는 젠더퀴어들의 가정형성에 관한 관점을 명시한다.

주목할 것은 욕야카르타 지침이 결혼과 가정을 완전히 다르게 재정의한 점이다. 거의 모든 인류 문화권에 적용되는 기준, ‘이성애에 기반을 둔 결혼’을 삭제하고 변화무쌍한 젠더를 가진 사람들 간의 자의적 결합이라고 완전히 새롭게 규정한 것이다.

젠더주의 진영은 처음엔 전술적 이유로 동성 커플의 파트너십 등록만을 요구했지만, 욕야카르타 지침에선 동성 커플에게 전통적 결혼과 같은 자격과 특혜를 주도록 공공연하게 국가에 요구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욕야카르타 지침이 결혼을 ‘남자와 여자의 신성한 결합을 바탕으로 한 자녀출산’이라는 본질적 목적에서 분리해 무수히 다양한 ‘젠더퀴어’들 간의 자유로운 결합, 사실상 ‘폴리아모리’로 재규정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건전한 결혼윤리를 지키려는 이들을 편협한 차별세력으로 배척한 것이다. 이로 인해 욕야카르타 지침의 현실 정치적 적용인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법제화한 국가들은 옳고 그름, 선과 악에 대한 도덕적 구분을 성의 영역에 올바르게 적용하는 것을 형법상 금지한다.

욕야카르타 지침은 법적 구속력이 전혀 없는 비공식적 지침에 불과함에도 위조된 권위로 국제적 영향력을 확장해가고 있다. 가장 무서운 사례가 차별금지법의 법제화다. 욕야카르타 지침이 발표된 이듬해 2007년부터 대한민국에서 성적지향과 젠더 정체성을 합법화하려고 제정을 시도한 차별금지법은 명백히 이 지침의 국내 적용사례다.

21대 국회 개원과 함께 정의당이 촉발한 차별금지법 위기국면 속에서 지난 9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발의한 건강가정기본법(가족정책기본법) 개정안도 위험한 시도다. 현행 건강가정기본법 제21조 제4항은 사회적 보호가 있어야 하는 가정에 대한 적극적 지원을 분명히 보장함에도, 남 의원은 ‘가족 형태를 이유로 한 차별금지조항’(제2조)을 신설했다. 성적지향과 젠더 정체성에 따른 가족 형태를 법적으로 강력히 보호하겠다는 의지다.

더욱이 가족정책기본법은 ‘가족’에 대한 정의(제3조), ‘혼인과 출산’의 중요성에 관한 규정(제8조), ‘가족해체 예방’에 대한 규정(제9조)을 모두 삭제함으로써 전통적 가족개념을 해체한다. 기존 가족법 체계와 충돌할 우려가 매우 크다. 가족의 정의를 삭제한 것은 중혼(重婚)이나 사실혼 등을 모두 합법적 가족으로 만들 수 있는 요건을 조성한다. 동성 커플·단순 동거도 법률적 가족으로 확대해 해석할 가능성을 열어줌으로써 동성혼 합법화의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젠더주의 진영은 현 정권이 레임덕 조짐을 보이자 초조감 속에서 무리하게 자충수를 두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성적지향과 젠더 정체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평등 및 차별금지에 대한 법률안’ 발의를 곧 강행할 예정이다. 이 법안은 젠더퀴어 인권 중심의 욕야카르타 지침에 기반을 둔 정의당 안과 국가인권위원회 안보다 더 우려스러운 악법이다. 민심을 현 정부로부터 완전히 돌아서게 할 것이다.

27가지가 넘는 젠더 개념을 도식화한 크레도매거진 만평 삽화를 인용한 부분. 유튜브 '복음한국TV' 캡처

성적지향과 젠더 정체성 법제화를 통한 동성결혼을 남성과 여성의 일부일처제와 동등하게 만드는 작업은 인류가 수천 년간 지켜온 유산에 대한 역사적 파괴다. 전 세계 인구의 0.1%도 안 되는 사람만이 동성결혼에 관여한다. 이들 젠더주의 세력이 자손 대대로 길이 전수해야 할 인류의 보고를 훼손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

결혼과 가정, 어머니와 아버지, 아내와 남편 같은 기본용어들이 근본적으로 재정의되면 본래의 의미와 목적마저 상실되고 변질한다. 모성애와 부성애의 중요성을 경시하고 결혼과 가족제도를 훼손하면 개인과 사회, 국가와 문명은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올해는 전 세계에 창궐한 코로나19 속에서 거의 모든 국민이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상당수 국민이 기약 없는 무급휴직이나 실직 등으로 극도의 생활고에 시달림으로써 실업률, 자영업 폐업률, 신용카드 연체율, 현금서비스 사용률, 자살 동향 데이터 등에서 심각한 위기국면이 나타나고 있다.

온 국민이 극도의 고통과 불안을 겪는 이 엄중한 때, 성적지향과 젠더 정체성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으며 자살 위기자들에 대한 지원은 외면하는 모습을 어떻게 봐야 할까. 위기가정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올바른 정책 방향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젠더퀴어들을 지원하는 것보다 생존의 벼랑 끝에 놓인 자살 위기자와 그 가정을 살리는 정책이 우선이다.

곽혜원 대표(21세기교회와신학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