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은 만남을 자제하고 사람과 거리를 두는 걸 미덕으로 만들었다. 외부 활동과 만남이 줄어들자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코로나19 시대 한국교회가 가야할 길을 모색하는 여덟 번째 대담에 나선 김은호 서울 오륜교회 목사와 고명진 수원중앙침례교회 목사는 함께할 수 없는 시대, ‘함께’의 의미를 되새겨보자고 제안했다. 특히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겐 “마음의 방역이 필요하다” “주님은 인간의 몸으로 오셔서 함께 고통받으셨다.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니다”고 조언했다.
김 목사와 고 목사는 각각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과 기독교한국침례회 소속으로 교단은 다르지만, 서로 ‘가까운 친구’ ‘동역자’라 부를 정도로 한국교회를 섬기는 데 뜻을 함께해왔다. 대담은 지난 18일 오륜교회에서 열렸다.
코로나19 시대 한국교회가 가야할 길을 모색하는 여덟 번째 대담에 나선 김은호 서울 오륜교회 목사와 고명진 수원중앙침례교회 목사는 함께할 수 없는 시대, ‘함께’의 의미를 되새겨보자고 제안했다. 특히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겐 “마음의 방역이 필요하다” “주님은 인간의 몸으로 오셔서 함께 고통받으셨다.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니다”고 조언했다.
김 목사와 고 목사는 각각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과 기독교한국침례회 소속으로 교단은 다르지만, 서로 ‘가까운 친구’ ‘동역자’라 부를 정도로 한국교회를 섬기는 데 뜻을 함께해왔다. 대담은 지난 18일 오륜교회에서 열렸다.
-성탄절을 앞두고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부탁드립니다.
김은호 목사=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지난 10월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40.7%가 ‘코로나 블루’, 즉 코로나19에 따른 우울감을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이 두려움에 떨고 있어요. 우리에게 필요한 건 평안과 평강, 즉 샬롬입니다. 마음의 방역을 잘해야 합니다. 코로나19로 불신앙·불안·두려움의 악성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우리 마음도 무너질 수 있어요.
고명진 목사=‘함께 고통받는다’는 뜻의 체휼(體恤)이라는 단어가 생각납니다. 히브리서 4장 15절과 베드로전서 3장 8절, 성경에 두 번 나옵니다. 주님은 인간의 몸으로 오셔서 함께 고통받으시며 체휼하셨습니다. 코로나19로 고통받는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겁니다. 고통을 함께 감당하시는 주님이 계시니까요.
-코로나19로 목회 현장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고 목사=교회는 밖으로 부름 받은 자의 모임인데 코로나19로 모임을 못 하게 됐죠. 새로운 기준이 필요해졌습니다. 영상예배입니다. 제2의 종교개혁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영상으로 드리는 걸 예배라 할 수 있는지, 영상예배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게 맞는지 등 영상예배에 대한 신학적 정립이 필요해 보입니다.
김 목사=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는 말이 있죠. 코로나19로 비대면 상황이 되면서 가족들을 매일 만날 수 있게 됐고 가정이 회복됐죠. 부모와 자식 간, 부부간 대화의 시간도 늘었어요. 교회는 가정 안에서 실질적 대화가 이뤄지도록 방향을 잡아주고 동기를 부여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우리 교회는 QT를 도구로 삼았습니다. 가정예배 영상에는 설교만 있었는데, QT영상을 통해 가족이 함께 찬양하고 말씀 보고 기도하도록 했어요. 가족 모두 믿는 가정의 경우 10가정 중 8가정이 QT를 하고 있어요. 내년 목표는 ‘말씀으로 기념비를 세워라’입니다. 말씀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가정 안에 성경필사라는 기념비를 세우게 할 계획입니다.
-드라이브스루 예배, 온라인 기도회 등 교회는 위기 가운데에서도 기회를 찾고 있습니다.
김 목사=전제할 게 있어요. 진리는 변함없다는 겁니다. 진리를 담는 그릇만 시대마다 새로워져야 합니다. 목회자는 변하지 않는 진리를 이 시대에 어떻게 담아낼까 고민해야 합니다. 복음의 상황화가 필요합니다. 세상에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하고 하나님의 사랑을 흘려보내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고민이 필요합니다.
최근 다니엘 기도회를 온라인으로 열고 놀라운 경험을 했습니다. 매년 기도회에서 모인 헌금은 어려운 이웃과 선교사에게 흘려보냈는데 올해는 사람들이 현장에 못 와 헌금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예상보다 많은 헌금이 모였습니다. 덕분에 필요한 곳에 헌금을 흘려보낼 수 있었습니다.
고 목사=김 목사님이랑 사전에 이야기를 나눈 것도 아닌데 저와 같은 생각을 말씀하셔서 신기합니다. 진리는 불변하지만, 전달방법은 달라졌습니다. 하나님께서 코로나 시대를 예상하고 4차 산업혁명의 총아들을 통해 유튜브 카카오톡 등을 준비하신 것 같아요. 시편 137편은 바벨론 포로로 잡혀간 유대인들이 비파를 나무에 걸고 시온의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나옵니다. 하나님께 드리는 노래는 제사였습니다. 잡을 양도 없는 그들에게 ‘걸어놓은 비파’는 다른 방법의 제사였습니다.
김 목사=고민도 있어요. 1년간 온라인으로 해 보니 소속감과 공동체의식이 낮아졌고 예배에 대한 사모함도 사라진 듯해요. 그래서 화상회의 플랫폼인 줌 등을 이용해 사역자와 성도가 교제하도록 최근 급하게 스튜디오를 만들었어요.
-한국교회가 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라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김 목사=일부 교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교회가 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라는 프레임은 문제라고 봐요. 목회자들의 반감을 사기도 했고요. 다만 교회는 세상 속에 존재하며 세상의 빛과 소금이 돼야 합니다. 교회로 인해 세상이 피해를 입으면 안 됩니다. 정부가 강요하고 명령해서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세상 속에 존재하는 만큼 선제적으로 방역 조치를 잘해야 합니다.
고 목사=세상의 시비에 우리가 휘말려선 안 됩니다. 시비 걸어오는 사람을 이기는 방법은 복음을 전하는 겁니다. 오해를 받아도 화를 내지 말아야 합니다. 화를 내면 선을 이루지 못하고 복음도 전할 수 없습니다. 나아가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김 목사=오륜교회는 최근 수양관을 지었어요. 최근 5개 교회가 기도원 수양관 등 보유 시설을 코로나19 확진자와 자가격리자들을 위한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한다는 뉴스를 봤어요. 우리 교회도 연락이 오면 언제든 제공할 겁니다. 수원중앙침례교회도 선한 일을 많이 한다고 들었습니다.
고 목사=얼마 전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생필품이 담긴 박스 100개를 만들어 소문내지 않고 나눠줬지요.
-코로나19가 종속돼도 감염병의 상시화, 기후변화 등의 문제는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교회의 과제는 뭘까요.
고 목사=기독교의 요체는 사랑입니다. 교회는 더 많은 사랑과 감동을 주며 배려하는 방법이 뭔지 고민해야 합니다. 남아서 주는 건 세상도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어려워도 돕는 것, 교회가 그런 역할을 감당해야 합니다.
김 목사=세상은 우리에게 하나님을 보여 달라고 요구합니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이들에게 어떻게 보여줄까요. 사랑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세상에 흘려보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도 하나님의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내 소속이 땅인지 하늘인지 모호하면 세상에선 세상에 속하게 됩니다. 목회자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성도들의 정체성을 세워줘야 합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흘려보낼 수 있도록 교회가 방향을 제시해야 합니다.
-코로나19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한 다음세대를 교회가 어떻게 품어야 할까요.
김 목사=다음세대가 다른 세대가 되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교회는 교육기관인 꿈미를 만들고 학교를 인수했습니다. 하드웨어만 중요한 게 아닙니다. 다음세대는 감각적이고 자기 경험을 중시합니다. 그걸 유튜브 등을 통해 나누기 원합니다. 그들의 성향을 존중해야 합니다. 가령 주일날 교회에 나오라고 강요하면 그들은 거부반응부터 보입니다. 평일 모임을 만들어 교회에 올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고 목사=젊은 세대는 4차 산업혁명이나 새로운 문명에 집중하지만, 이 모든 것은 다 지나갑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남는 것은 모아둔 재산이나 지식이 아닙니다.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남을 위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거룩하게 쓴 것만 내 것’이라는 도전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교회와 목회자는 예수 믿는 사람이 예수처럼 살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2021년 새해, 힘이 될 수 있는 말씀과 성경 구절을 부탁드립니다.
김 목사=‘합력하여 선을 이루신다’는 로마서 8장 28절, 이 말씀만 붙잡으면 어떤 상황에서도 힘이 됩니다. 내가 넘어지고 실패해도 하나님을 사랑하면 결국은 선이 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지금도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하고 주님 안에 거하면 언젠가는 이 모든 상황이 우리 가족, 우리 교회에 선이 될 것입니다.
고 목사=시편 73편 28절 “하나님께 가까이함이 내게 복이라”는 내년 우리교회의 성경 구절입니다. 팬데믹 시대에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사회가 됐습니다. 사람에겐 가까이 가지 못하지만, 하나님께는 가까이 가셨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확진으로 고생하신 분들, 방역 최전선에서 수고하시는 의료진들을 응원합니다.
정리=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