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하다 ‘1가구1주택만’ 법안 발의한 민주당… 여론 발칵

입력 2020-12-23 00:02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의 주거정책 원칙으로 ‘1가구 1주택 보유·거주’를 규정하는 법안을 발의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보유 가능한 주택 수를 통제해 부동산 시장 혼란을 더 부추길 뿐 아니라 헌법에 규정된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등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집값 안정을 명분으로 무리한 입법을 추진해 국민의 불안감만 높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성준(사진) 민주당 의원은 22일 ‘주거기본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 개정안은 현행 주거정책의 기본원칙을 ‘1가구 1주택 보유·거주’ ‘무주택자 및 실거주자 주택 우선공급’ ‘주택의 투기목적 활용 금지’ 등 세 가지 원칙을 명시토록 했다.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었음에도 국민 10명 중 4명이 무주택자인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입법 취지다. 진 의원은 “실거주자 중심의 1가구 1주택을 주택 정책의 큰 원칙으로 삼아 주거권을 보장하고 자산 불평등을 줄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법안이 발의됐다는 소식에 여론은 발칵 뒤집혔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사유재산을 부정하려는 것이냐” “1가구 1주택만 허용하면 전월세는 누가 공급하느냐”는 우려가 쏟아졌다.

김현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지금도 1가구 1주택 원칙 아닌가. 그렇지 않으면 온통 벌금(세금)이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박수영 의원도 “연봉상한제 하자는 법안이 나올지도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진 의원은 지난 7월 TV토론이 끝난 뒤 “그렇게 해도 (집값) 안 떨어질 것”이라고 해 논란을 빚었었다.

논란이 확산되자 진 의원은 “이 법은 1가구 다주택 소유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 전혀 아니다”며 “1가구 1주택 원칙을 주택 정책의 큰 방향과 기준으로 삼도록 법률로 명문화하려는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럼에도 진 의원의 소셜미디어 등에는 “방향과 기준을 법률로 명문화한다는 것이 잘못됐다는 생각은 안 하시느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학계와 법조계는 지나친 ‘입법 만능주의’가 주택 시장 혼란을 더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가구 다주택을 부정하면 임대차 시장만 왜곡될 것”이라며 “서울에 살고 싶으면 처음부터 집을 사서 들어가야 하느냐.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는 “처벌조항 등 강제성이 없더라도 법률로 명시된 1가구 1주택 원칙은 정부 조세·규제 정책의 근거가 된다”며 “헌법에 보장된 재산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해 위헌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