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 등은 SNS에 ‘돈이 필요하면 연락을 달라’는 식의 광고 글을 올려 사람을 모집했다. 주로 청년층인 10, 20대를 끌어들였다. 이들은 한 차에 4, 5명씩 나눠타고 다른 차에 고의로 충돌한 뒤 피해자 행세를 하며 합의금이나 보험금을 가로챘다. 불법 차선변경 차량처럼 사고 시 불리한 이들을 표적으로 삼았다. 모집된 청년들은 주로 동승자 역할을 맡고 일정 금액을 수고비로 받았다. 말 그대로 가만히 앉아 돈을 번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들을 ‘마네킹’이라고 부른다. A씨를 비롯한 모집책과 마네킹들은 보험금 9억2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당국에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상반기 보험사기 혐의로 적발된 10, 20대 청년이 전년 동기 대비 28.3% 증가했다고 22일 밝혔다. 60대 이상 노령층 보험사기도 같은 기간 14.7%(1261명) 늘며 지난해 상반기(33.1% 증가)에 이어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다.
올해 상반기 보험사기 적발 인원과 금액은 4만7417명, 4526억원으로 모두 사상 최고 수준이다. 각각 전년 동기보다 10.0%(4323명), 9.5%(392억원) 증가했다.
가장 많은 연령대는 중년층인 40, 50대로 44.2%(2만958명)를 차지했다. 다만 이 비중은 상반기 기준으로 2018년 48.0%에서 지난해 46.8%로 감소한 데 이어 올해도 축소됐다.
주요 이유는 10, 20대와 60대 이상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각각 15.3%, 19.9%였던 이들 비중은 올해 17.9%, 20.7%로 확대됐다.
보험사기로 적발된 이들의 직업은 회사원이 18.5%로 가장 많고 무직·일용직과 전업주부가 각각 10.4%로 나란히 뒤를 이었다. 무직·일용직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22.9% 늘며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전업주부는 9.6%, 회사원은 3.2% 늘었다.
비중은 낮은 편이지만 요식업 종사자가 지난해 상반기 835명(1.4%)에서 올해 상반기 1979명(4.2%)으로 배 이상 급증했다. 교육 관련 종사자도 같은 기간 416명(1.0%)에서 600명(1.3%)으로 44.2% 늘었다. 이들 업종의 경우 코로나19 타격을 심하게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금감원 보험사기대응단은 “보험설계사, 의료인, 자동차정비업자 등 관련 전문 종사자의 보험사기는 감소한 반면 무직·일용직, 요식업 종사자의 사기가 크게 늘었다”며 “코로나19 대유행 및 경기침체로 생계형 보험사기가 증가했다”고 진단했다.
보험사기 유형은 금액 기준으로 허위입원이 전년 동기 대비 30.3%(127억원) 줄어든 반면, 단발성 보험사기인 허위장해와 허위진단이 각각 51.0%(137억원), 30.5%(27억원) 늘었다. 보험금을 챙기기 더 쉽기 때문이라는 게 금감원 설명이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