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와 다른 민주당… ‘구의역 막말’ 나향욱엔 사퇴 요구했었다

입력 2020-12-23 04:02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22일 국회 본관 앞 천막 농성장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12일째 단식 중인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와 고 김용균씨 모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등 산업재해 피해자 유가족들에게 ‘구의역 김군’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사고 당사자와 유족에게 직접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라”고 하며 돌려보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구의역 막말’ 논란의 당사자인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를 연일 엄호하면서 또다시 ‘내로남불’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민일보가 22일 국회 회의록 등을 확인한 결과 2016년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 인사들은 ‘민중은 개·돼지’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을 질타하면서 구의역 사고와 관련된 막말도 비판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민주당 간사였던 도종환 의원은 2016년 7월 교문위 전체회의에서 나 전 기획관의 구의역 막말을 언급하면서 “연민이 없는 사람이 정책을 입안한다면 이건 1%를 위한 정책에 그칠 것”이라며 “국민이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방송에 출연해 “(나 전 기획관의) 개·돼지 발언보다 더 놀라웠던 발언은 구의역 발언”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공감의 시대다.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이라도 불행이나 고통을 겪으면 연민이 생기고 그 아픔에 같이 젖어 든다”며 “눈물도 흘리는 게 인간의 본성인데, 그걸 저렇게 말하느냐”고 비판했다.

이는 나 전 기획관이 2016년 7월 한 일간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구의역 사고에 대해 “그게 자기 자식 일처럼 생각이 되냐”고 말했던 것을 겨냥한 것이다. 당시 나 전 기획관은 ‘우리는 내 자식처럼 가슴이 아프다’는 기자들의 발언에 “그렇게 말하는 건 위선”이라고 했다. 이 자리에서 “민중은 개·돼지와 같다” 등의 막말도 함께 나왔다.

당시 민주당의 논리를 요약하면 이렇다. 취중발언이나 실언을 통해서도 평소 인식이 드러나는데, 그런 위험한 사고가 정책에 반영돼 정책 불신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당시 당사자 처벌은 물론 교육부 장관의 사퇴까지 요구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20대 의원이던 2016년 교문위 회의에서 “나 기획관 발언은 그야말로 반헌법적이고 반교육적”이라며 “공직자로서 있을 수 없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도대체 어떻게 누구에게 이 책임을 묻고 해결해야 하느냐”고 따졌다. 조승래 의원도 교문위에서 “이런 사고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그런 대화가 가능했다”고 꼬집었다. 문재인정부 청와대에서 교육비서관을 맡은 박경미 전 의원은 “교육부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핵심 브레인이고 기획관의 철학이 교육 정책에 스며든다”고 비판했다. 지금 논란이 되는 변 후보자의 과거 발언 역시 자신이 장관으로 내정된 국토부의 주요 업무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야당은 23일 인사청문회에서 막말 발언의 경위를 캐묻는 등 도덕성을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야당은 당시 회의록에 발언 기록이 남아 있는 만큼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하기도 쉽지 않으리라고 보고 있다.

김판 이현우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