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이어 금태섭(사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의사를 밝혔다. 여기에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나경원 전 의원까지 잠재 후보로 거론되면서 범야권 레이스에 불이 붙는 모습이다. 반면 민주당은 코로나19 탓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발이 묶이면서 내부적으로 흥행 실패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금 전 의원은 2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이 집권 여당의 독주를 견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야권에 대한 신뢰 역시 높지 않다”며 “정치의 변화와 새로움을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 선거에서 제일 중요한 게 여당 견제다. 야권이 힘을 합쳐야 한다”며 범야권 단일화 구상을 드러냈다. 다만 “지금 시점에서 방법론을 얘기하면 그에 대한 논의밖에 안 될 것”이라며 “각자 열심히 하다 보면 자연히 힘을 합치는 방법이 생길 것이고, 특정한 방식을 고집할 생각도 없다”고 덧붙였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사전 교감 여부에 대해선 “가끔 연락한다”면서도 “(국민의힘 입당)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앞서 안 대표도 국민의힘 입당에 선을 그은 바 있다. 안 대표나 금 전 의원 등 국민의힘 외부 주자들은 2011년 막판 단일화에 성공한 ‘박영선-박원순 모델’ 같은 결선 경선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국민의힘에서 5명의 후보(이혜훈·이종구·김선동 전 의원, 조은희 서초구청장,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가 출마를 선언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오 전 시장과 나 전 의원 같은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결합해야 경선 흥행은 물론 범야권 후보 선출 주도권도 빼앗아올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야당과 범야권에선 이처럼 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지만 민주당에선 우상호 의원만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다. 코로나19와 부동산 대란으로 서울 민심이 악화된 점이 출마를 꺼려하는 이유로 꼽힌다. 김민석 민주당 서울시장 재보선 선거기획단장은 “(안 대표와 금 전 의원의 출마는) 우리 후보군의 출마 시기 검토를 촉진하고, 다양한 잠재 후보가 거론되는 계기로 작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서울 지역구 의원은 “올해가 1주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아직 우리 당 후보는 우 의원 한 명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제는 잠재 후보의 출마 선언으로 경선 레이스에 불을 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 인지도가 가장 높은 박 장관의 경우 악화일로인 코로나19 상황이 발목을 잡고 있다. 박 장관의 한 측근은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 정책 주무부처 장관인 만큼 3차 재난지원금 등 코로나19 대책이 논의되는 상황에서 개인 정치 일정만 고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청와대와 다각도로 박 장관 출마 여부를 조율하고 있지만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문 지지층의 선호도가 높은 박주민 의원도 출마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이상헌 강준구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