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2일 5부 요인과의 간담회에서 “요즘 코로나19 백신 때문에 걱정들이 많은데, 백신을 생산하는 나라들이 많은 지원을 해 개발했기 때문에 그쪽 나라에서 먼저 접종되는 것은 어찌 보면 불가피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특별히 늦지 않게 접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고, 준비를 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신 확보가 뒤처진 데 대한 국민 불안을 진정시키려는 발언이지만 쉽게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 백신 개발국이 아닌데도 우리보다 먼저 백신을 확보한 나라들이 있고, ‘특별히 늦지 않게’라는 시점도 애매하기 때문이다. 백신 개발국 외 많은 나라에서 우리보다 앞서 접종을 시작하면 우리가 특별히 늦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싱가포르는 21일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화이자 백신 물량을 받았다. 접종은 연말부터 이뤄질 전망이다. 싱가포르는 백신 개발국이 아니며, 접종을 개시한 영국이나 미국처럼 방역이 무너진 곳도 아니다. 현재 지역감염자가 제로(0) 수준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화이자 백신 사용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27~29일 EU 27개국에서 접종이 시작될 예정이다. 미국에선 화이자 백신에 이어 모더나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중남미에선 멕시코와 칠레가 화이자 백신 접종을 이달 중 개시할 방침이다. 이달부터 백신을 맞는 나라가 30곳을 넘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내년 2월 이후에나 가능하다.
이렇게 뒤처졌으면 정부·여당은 진솔하게 사과하고 백신 도입을 조금이라도 앞당기는 데 전력을 다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여당은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백신 확보 지체에 관한 비판을 ‘K방역 흠집내기’로 규정하고 있다. 너무나 실망스러운 태도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백신의 안전성 검증을 강조하며 “접종 후 알레르기 반응, 안면 마비 같은 부작용이 있는 경우도 보도되고 있다”고 했다. 늑장 대응 비판을 방어하려고 부작용을 부각시켜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조장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면 안 된다. 방역이 잘되던 때 백신 확보에 소극적이어서 지금 뒤처지게 됐음을 인정하고 국민들의 양해를 구하는 게 책임 있는 태도다.
[사설] 백신 확보에 늑장 부린 정부·여당, 변명 말라
입력 2020-12-23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