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 안면도, 동굴 밖 노을에 시름 씻고 붉은 해돋이에 희망 품는다

입력 2020-12-23 20:35
충남 태안군 소원면 파도리 해변 한쪽에 자리한 '인생 사진' 명소 해식동굴 속에서 내다보면 서해로 넘어가는 해가 빚어놓는 노을 풍경이 황홀하다.

경자년 쥐띠 해가 저물고 신축년 소띠 해가 다가오고 있다.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해넘이·해맞이 행사’는 모두 취소됐다. 조용히 집안에서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게 좋다. 그래도 굳이 가겠다면 사람이 많이 모이지 않는 곳에서 한꺼번에 일몰·일출을 보는 것은 어떨까. 서해에서 일몰·일출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지역 가운데 하나로 충남 태안군이 꼽힌다. 태안 안면도는 서쪽 해안에서는 일몰을, 동쪽 천수만 너머로 일출을 볼 수 있어 일석이조다.

'해 뜨는 마을'로 알려진 태안군 안면읍 대야도 앞바다의 뒷섬 위로 떠오르는 아침 해가 주위를 붉게 물들이고 있다.

먼저 일출을 볼 수 있는 한적한 장소로 안면읍 대야도가 꼽힌다. 태안군 남단 천수만 입구에 있는 ‘섬 안의 섬’이었다. 하지만 1970년대 간척사업으로 안면도와 연륙돼 더 이상 섬이 아니다. 옛날부터 넓은 갯벌과 해초가 많이 있는 큰 섬이라는 뜻으로 한자표기 ‘큰대(大)’에 ‘이끼야(也)’를 썼다. 마을 앞바다에 뒷섬(두지도)·토끼섬·모래섬(사도)·닭섬(계도) 등 무인도가 해안선을 따라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물이 빠지면서 바다 사이로 길이 드러난 토끼섬.

1933년 서해안의 수산시험소가 설립돼 김 양식이 실시됐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김 양식을 시작한 ‘부자 섬’이다. 양식된 김을 일본 등지로 수출하며 외화를 벌어들였다. 1970년대 전국 일간지에 ‘낙도지만 달러 박스’라는 제목으로 대대적으로 소개됐다.

잘 나가던 대야도가 최대의 위기를 맞이한 것은 천수만 간척사업 때문이다. 1980년대 천수만이 두 동강이 나면서부터 물의 유속이 느려졌고, 이로 인해 양식하는 김에 갯병이 생기는 등 작황도 좋지 않아서 더 이상 김 양식을 할 수 없었다. 천수만의 어획량도 크게 줄었다. 주민들이 하나둘씩 도회지로 이주해 나가면서 화려했던 ‘달러 박스 낙도’가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이런 대야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마을은 ‘해 뜨는 마을’로 알려진 곳이다. 천수만 너머 보령시 야산 위로 붉은 해가 솟아오르면 더할 나위 없는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햇살을 받은 천수만은 황금빛으로 빛난다. 바로 앞 토끼섬은 간조시에 걸어서도 들어갈 수 있다. 부교 형태의 다리를 건너면 평평한 길이 바다 사이로 이어져 있다.

대야도 마을 언덕에 복원된 천상병 시인의 고택.

이 마을 언덕에 ‘귀천’으로 유명한 시인 천상병의 고택이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다. 원래 서울 수락산 자락에 있던 집이 개발로 인해 철거 위기에 처하자 천상병 시인의 지인이 집을 구입한 뒤 이곳으로 옮겨와 원형에 가깝게 복원해 놓았다. 솔숲 속 하얀 슬레이트 지붕에 시멘트벽으로 된 작은 집으로 소박하고 단출하다.

이곳을 지나는 ‘천수만 생태습지 및 탐방로 조성사업’이 추진중이다. 2025년까지 안면읍 창기리 안면대교 남측부터 고남면 고남리 영목항까지 천수만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활용한 5가지 코스, 총 46.1㎞의 명품 생태 탐방로가 만들어진다. 1코스(안면대교 남측~우포나루터 5.7㎞) ‘봄맞이향기길’, 2코스(우포나루터~안면암 9.9㎞) ‘꽃바람향기길’, 3코스(안면암~두산염전 12.2㎞) ‘힐링향기길’, 4코스(두산염전~대야도어촌마을 7.4㎞) ‘꽃미로향기길’, 5코스(대야도어촌마을~영목항 10.9㎞) ‘삼색향기길’ 등의 주제를 담게 된다.

다음은 해넘이. 태안의 해변과 바다 너머로 저무는 노을 풍경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꽃지, 만리포, 몽산포, 연포 등 어느 곳이든 빨갛게 물든 일몰이 장관이다. 하지만 최근 특색 있고 개성 넘치는 곳이 인기다.

대표적인 곳이 파도리 해변이다. ‘거친 파도 소리가 끊임없이 들린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천리포나 만리포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다. 아담한 크기의 백사장을 갖고 있지만 최근 연인들 사이에서 인생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해변 한쪽에 숨겨져 있는 동굴 덕분이다.

해변에서 갯바위가 있는 해변 북쪽으로 걸으면 사람 몇 명만 들어가면 꽉 찰 정도로 작은 동굴이 눈에 띈다. 가운데 돌기둥을 중심으로 두 개로 나뉜다. 굴속에서 내다보면 바다가 환상적으로 펼쳐진다. 특히 해 질 무렵 저녁노을을 배경으로 실루엣 인생샷을 남길 수 있다.

삼봉 해변 해식동굴 앞을 지나는 여행객.

삼봉 해변 인근 삼봉동굴도 사진 명소다. 삼봉 해변 소나무 오솔길은 파도 소리와 울창한 소나무 숲길을 자랑한다. ‘단 둘’이 걸으면 좋을 조용한 길이 3㎞ 이어져 있다. 이 오솔길과 드넓은 해변은 뮤직 비디오와 CF 단골 촬영장소다.

여행메모
일출·일몰·동굴 여행에 물때 중요
박속밀국낙지탕·물메기… 겨울 별미

충남 태안군 안면도로 가려면 서해안고속도로 홍성나들목에서 빠지는 것이 좋다. 96번 도로를 따라 서산방조제를 지나 원청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닿는다. 안면도 최남단으로 향하다 영목항 닿기 전 좌회전하면 대야도다.

방포항에서 본 꽃지 해변 할미·할아비 바위 일몰.

파도리의 경우 내비게이션에 '파도리 해변' 또는 '파도리 해수욕장'으로 검색하면 동굴과는 조금 떨어진 곳으로 안내한다. '파도리 캠핑장'을 검색해야 동굴과 가까운 위치로 안내한다. 겨울철 꽃지 해변의 일몰은 꽃지 해수욕장 건너편 방포항에서 보는 것이 더 좋다.

태안의 일출이나 동굴 일몰 여행에 중요한 것은 물때를 확인하는 것이다. 천수만 일출은 만조 때 바다 느낌이 나지만 간조 때에는 황금빛으로 물든 넓은 갯벌이 인상적이다. 파도리나 삼봉 해변의 동굴은 밀물에는 접근로가 물에 잠긴다.

태안의 대표적인 별미는 박속밀국낙지탕이다. 박으로 맛을 낸 국물에 낙지를 살짝 익혀 먹고 수제비나 칼국수를 넣어 걸쭉하게 먹는다. 물메기도 겨울철 인기있는 먹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