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힘모아 이겨내요”… 랜선 타고 울려퍼진 ‘위로의 선율’

입력 2020-12-23 03:03
한경석(오른쪽), 정지강 교수가 21일 서울 총신대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온라인 콘서트’에서 공연하고 있다. 총신대 제공

관객의 박수와 환호가 가득했던 객석은 ‘짝짝짝’ 댓글과 ‘엄지 척’ 이모티콘이 쏟아지는 채팅창으로 자릴 옮겼다. 공연장에 울려 퍼지는 연주와 노래는 랜선을 타고 어딘가에 놓인 스피커, 누군가의 이어폰으로 전달됐다. 성탄절을 나흘 앞둔 21일 밤 서울 동작구 총신대(총장 이재서)에서 진행된 ‘크리스마스 온라인 콘서트’의 생중계 모습이다.

공연은 정부의 방역 지침에 따라 총신대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됐다. 라영환 총신대 대외협력홍보처장은 “해마다 10월이면 총신대 강당에서 콘서트를 열어 학생과 지역 주민들을 격려했는데 최근 중단됐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어느 해보다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지만, 올해가 가기 전 꼭 이 공간이 위로의 현장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공연을 기획했다”고 전했다.

김수연(왼쪽), 유지수 교수가 협연하는 모습. 총신대 제공

콘서트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 피아니스트 유지수 교수의 협연으로 막을 열었다. 베토벤의 ‘로망스’ ‘소나타 3번’이 바이올린과 피아노 선율로 채워진 무대는 바리톤 한경석, 피아니스트 정지강 교수가 이어받았다. 두 사람은 바흐의 ‘크리스마스 오디토리오’ ‘저들 밖에 한밤중에’를 선보였다. 팝페라 가수 김선희, 문화선교사 박광식 밴드는 ‘넬라 판타지아’ ‘렛잇고’(겨울왕국 OST)’ ‘더 퍼스트 노엘’ ‘주의 친절한 팔에 안기세’ 등 친숙한 곡들을 새로운 음악 형식으로 편곡해 들려줬다.

청중이 코로나19 상황 속 ‘온라인 객석’에 있었기에 볼 수 있었던 반응도 눈에 띄었다. 대면 강의가 줄어든 캠퍼스 현실을 보여주듯 ‘교수님 반가워요’ ‘무대 최고예요’ ‘학교로 달려가고 싶네요’라는 학생들의 소리 없는 외침이 댓글창을 채웠다. 공연 도중 채널에 입장한 이들의 곡명을 묻는 질문에 자연스레 답변이 이어졌고 무대가 끝날 때마다 ‘앙코르’ 댓글이 달렸다.

이재서 총장은 국민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총신대는 코로나19와 함께 임시이사 체제라는 전에 없던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며 “구성원들이 상처와 아픔을 겪었지만 이 시기를 예비하신 하나님의 특별한 섭리를 기대하며 극복해 나가는 게 성숙한 신앙인으로서의 자세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음악으로 마련한 소찬(素饌)이 학교 구성원은 물론 총신대 회복을 위해 응원해 준 교회와 성도들에게도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이날 ‘총신대 정상화 관련 청문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돼 다음 달 25일로 연기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