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첫 느낌은 독감 주사”

입력 2020-12-23 04:02
박재석 목사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미주리주 미주리대학병원에서 화이자 백신 접종을 마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그가 든 피켓에는 ‘나는 (백신 임상) 과정을 믿는다’는 자필 문구가 적혀 있다. 박재석 목사 제공

“코로나19 백신을 맞았을 때 첫 느낌은 일반 독감 예방주사와 비슷했어요.”

지난 16일 오후 2시(현지시간) 미국 미주리주의 미주리대병원에서 다국적제약회사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재미교포 박재석(49) 목사는 병원 로고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박 목사는 ‘백신 (임상) 과정을 믿는다’는 손팻말을 들고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그는 2018년 8월부터 이 병원 원목실에서 근무하며 환자들을 보살피고 있다.

박 목사는 2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3개월간 병원에서 코로나19로 희생되는 환자들을 보니 어느새 그들의 죽음이 그저 ‘숫자’로 보이기 시작했다”며 “지쳐가는 나 자신을 볼 때마다 두려움이 몰려왔고 백신을 반드시 접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미국의 1차 백신 접종 대상은 박 목사와 같은 원목을 포함한 의료진과 물리치료사, 환자이송팀, 식당 근로자 및 청소 노동자 등이다. 박 목사가 백신 접종 신청 대상자가 됐다는 소식에 주변에서는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하지만 박 목사는 병원에서 안정적으로 환자를 돌보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백신 접종 당시 박 목사는 일반 독감 백신 주사와 다를 게 없다고 느꼈다. 그는 “주사를 맞고 30분 후에 알레르기 반응을 체크했지만 아무런 증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접종에 앞서 전달된 6장의 ‘백신 설명서’에는 백신 부작용과 응급상황 발생 시 보상 내용 등이 기재돼 있었다.

박 목사는 접종 당일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가 다음날 오전 4시쯤 일어났다. 주사를 맞은 왼쪽 어깨에서 욱신거림을 느꼈지만 24시간 안에 잊힐 정도로 경미했다. 다른 증상은 전혀 없었다. 박 목사는 “2만명 넘게 임상시험에서 백신을 맞았는데 치명적인 부작용은 없었다”며 “다양성 확보를 위해 아시아인도 임상 대상자에 포함됐기 때문에 더 안심이 됐다”고 했다.

박 목사는 매일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배포한 ‘브이-세이프(V-Safe)’라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접종 이후 몸 상태를 체크한다. 각종 정보를 기입하면 방역 당국으로 정보가 전송된다. 접종자 상태를 관리하면서 백신 효과를 점검하기 위한 차원에서다.

박 목사가 ‘백신 접종 1순위’가 될 수 있던 이유는 그 역시 의료진과 함께 코로나19 최전선에서 환자를 보살피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하루 4시간 넘게 방역장비를 착용하고 중환자실을 오가며 환자들의 심리적인 안정을 위해 일하고 있다.

박 목사는 다음 달 6일로 예정된 2차 접종을 기다리고 있다. 화이자 백신은 간격을 두고 두 번 맞아야 모든 접종이 완료된다. 그는 “2차는 부작용이 심하다는 임상시험 보고가 있지만 두렵지 않다”며 “건강한 사람이 백신에 문제가 없다는 걸 빨리 증명해야 내 가족의 안전한 일상도 빠르게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