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은 한국을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할 국가로 본다. 즉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20%를 넘게 된다는 것이다. 먼 미래가 아니다. 5년 후의 일이다. 이를 먼저 경험한 미국·유럽·일본은 더 이상 수명 연장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삶의 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기간, 즉 건강기대수명(HLY·Healthy Life Yaers) 증가에 힘을 쏟는다.
HLY를 좌우하는 요소 중 하나는 연령 상승을 따라 감소하는 근력이다. 미국스포츠의학회는 1998년 40대에 들어서면 연간 1%씩, 70대부터 연간 3%씩 근력 감소가 일어난다는 조사를 발표한 바 있다.
복잡한 활동부터 길을 걷거나 물건을 옮기는 평범한 일상까지 모두 근력을 요한다. 고령으로 접어들면서 사소한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는 이유는 특히 대퇴사두근의 쇠퇴에 의한 것이다. 이런 대퇴사두근육이 체중당 10g이 빠지면 자립보행이 힘겨워지게 된다. 결국 HLY 연장의 해답은 정기적인 신체활동을 통한 근력증진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찾아온 ‘코로나 시대’가 모두의 일상을 멈추게 만들었다. 특히 고령층의 일상은 완전히 중단됐다. 고령층의 신체활동을 위해 마련된 각종 복지관과 스포츠 시설은 대부분 폐쇄됐고,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의 체육활동 지원 프로그램은 중단 또는 축소됐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이 선언된 지난 3월부터 고령층은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고 있다. 날씨가 추워지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고립무원 상태로 방치된 상태다.
근력 감소는 대사질환과 면역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노년이 되면 더 많은 위험들과 싸워야 한다. 골구성 성분에 무기질이 많아져 탄력성이 줄어 골절상에 쉽게 노출된다. 자세가 비뚤어지면 내장기관 활동과 산소섭취 능력을 저하하고, 이는 뇌·심장 같은 주요 장기의 기능을 약화할 수 있다. 그야말로 악순환이다. 언제 어디서든 정기적으로 운동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생활체육의 습관화는 근노화를 막고 고령층 건강과 기능적 능력을 향상시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지난 5월 노인체육진흥을 골자로 한 국민체육진흥법이 일부 개정됐다. 하지만 양적 확대만을 추구하는 것은 결코 효율적인 방법이 아니다. 코로나19로 고령층의 활동 지원이 가로막힌 지금이 바로 유관기관과 협업해 어르신 체육활동 사업의 현 주소를 검토하고 밑그림을 그릴 적기다.
60대 이상을 포괄해 운영되는 현 시스템을 개선해 연령별, 체력별로 적절한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을 보급할 수 있다. 올해부터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베이비붐 세대 신(新)노인’들의 규칙적인 생활체육활동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IT 기술을 융합한 즐거움, 잘하고 싶은 노력, 개인적 성취감, 유능감 등 신체활동의 지속적 참여요인을 만족시킬 수 있는 콘텐츠들을 개발해 제공하는 한편 생활체육활동 지원 기반을 확고히 해야 한다.
고령층의 연령, 체력, 필요에 맞는 종목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요즘 같은 고립 시점에는 탄력밴드 아령 등을 이용한 가정에서의 운동프로그램 동영상을 제공해 생활 속에서 스포츠 활동을 습관화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노인인구의 면면을 고려한 중장기적 정책을 추진해야 ‘실버스포츠’의 밝은 앞날을 그릴 수 있다.
김설향 서울시립대 도시노인건강운동연구소장
[코로나시대 어르신 생활체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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