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8일 저녁 단 세 문장에 그친 사과문을 발표했다. 국민일보 보도로 2016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재직 시절의 부적절한 발언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벌어진 이후다. 보도 전 변 후보자 본인과 인사청문회준비단에 수차례 해명을 요구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받을 수 없었다.
여론에 떠밀린 사과에 진심이 담길 리 만무하다. 구의역 김군의 동료는 “논란이 된 상황을 빠져나가기 위한 수단일 뿐 사과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진정성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주말 내내 변 후보자에게 물었지만 답이 없다. 준비단 관계자는 “몇 마디 더 하면 또 논란이 될 수도 있으니 성찰한 다음에 청문회에서 말씀드리겠다”고 변 후보자의 입장을 대변했다. 역시나 ‘사과’가 아니라 ‘계산’이 먼저였다.
전 국민이 지켜보는 인사청문회에서 그는 어떤 표정으로 어떤 설명을 내놓을까. 힌트는 21일 국회에 제출된 서면답변서에 담겨 있다. 그는 그간 제기된 주요 의혹에 대해 ‘거짓’을 섞어 교묘하게 설명했다.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에 대해서는 “본인은 문건과 관련 없다는 것이 밝혀졌으며, 서울시 감사에서도 본인은 무관하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적었다. 거짓이다. 서울시는 문건 작성 주체와 경위를 확인하지 못했다. 시가 대면 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대면 조사 없이도 사실관계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거짓이다.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 임원을 속여 사표를 받았다는 ‘기망 사표 사건’에 대해서는 “경영진이 책임을 통감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거짓이다. 1심 판결문에는 “원고가 한 사직의 의사표시는 피고의 대표자인 변창흠의 기망에 의한 것”이라고 적혀 있다.
2심에서는 화해권고 결정이 나왔는데 변 후보자는 이를 두고 “위로금 차원에서 1심보다 감액된 3100만원을 지급하기로 조정이 이뤄졌다”고 답했다. 거짓이다. 1심은 변 후보자에게 속아 사표를 제출하지 않았다면 받을 수 있었던 보수(급여) 4400만원을 원고에게 지급하라고 했다. 2심 결정에서 그 액수가 줄긴 줄었다. 그런데 괄호 안에는 ‘원천징수 공제 후 기준’이라고 적혀 있다. 공사가 원고에게 지급한 돈은 ‘위로금’이 아니라 ‘보수’이자 변 후보자의 거짓말에 대한 법의 심판이었다. 판결문에 적힌 ‘기망’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남을 속여 넘김’이다. 청문회에서 그가 언급할 사과에는 부디 진심이 담기길 바라본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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