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검 측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의 평가 결과는 “기업 총수가 무서워할 정도가 돼야 한다”는 재판부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은 4세 승계 포기 선언 등을 근거로 현 준법감시위 활동은 유효하다고 반박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심리로 21일 열린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공판에서 특검 측은 삼성 준법감시위의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특검 측이 주된 논거로 삼은 것은 “기업 총수도 무서워할 정도의 실효적인 준법감시제도가 작동되고 있었다면 이 부회장 등이 범죄를 생각할 수 없었다”는 지난해 10월 정 부장판사의 발언이었다.
특검은 평가 항목 중 기업 총수 관련 부분에서 전문심리위원 3명 중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재판부 추천)과 홍순탁 회계사(특검 추천) 2명은 주로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봤다. 특검은 또 “현 준법감시위 평가항목은 실효성 인정을 위한 최소한”이라며 “모든 또는 대부분 항목이 충족돼야 인정 가능성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전문심리위원 평가가 엇갈리고 다수 항목에서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으니 양형에 참작해선 안 된다는 취지였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 측은 “이 부회장이 4세 승계 포기를 통해 준법의무를 위반할 위험이 근원적으로 해결됐다”고 반박했다. 강 전 재판관이 “준법감시위의 현재와 같은 문화가 유지되면 앞으로 문제없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한 대목도 강조했다. 이 부회장 측은 이어 “점검항목에만 한정돼 긍정 및 부정 평가의 개수를 헤아리는 것으로 종합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부적절하다고 봐야 한다”며 “점검항목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사항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오히려 더 풍부한 분석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오는 30일 변론을 종결하기로 했다.
이날 공판에서 특검 측 이복현 부장검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5명 이상 모이지 말라는데 재판을 굳이 서둘러야 하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정 부장판사가 “재판 전 법정을 향해 절하는 건 재판권을 위임한 국민 존중의 의미도 있다”고 하자 이 부장검사는 “자제하겠다”고 답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