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할아버지 폐암 떼냈다… 세계 최고령 성공

입력 2020-12-22 04:06
폐암 수술을 받은 100세 김영원 할아버지가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 전 가족, 의료진과 함께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중앙대병원 제공

국내에서 세계 최고령인 100세 폐암 환자 수술에 성공했다. 중앙대병원 박병준 흉부외과 교수팀은 지난 15일 100세인 김영원(주민등록상 1921년 11월생, 실제 1920년 출생) 할아버지의 폐암 절제수술에 성공했다고 21일 밝혔다.

의료진은 김 할아버지의 오른 폐 윗조각(우상엽)에 생긴 2.5㎝ 크기의 초기 악성 폐암(비소세포폐암)을 흉강경을 이용한 최소 침습술로 제거했다. 폐는 좌우에 총 5개의 조각(엽)으로 구성돼 있다. 오른쪽 폐인 우엽 3개(상·중·하엽), 왼쪽 폐인 좌엽 2개(상·하엽)로 이뤄진다. 김 할아버지는 암 덩어리를 포함한 오른쪽 폐의 5분의 2가량을 잘라냈다.

할아버지는 수술 후 호흡곤란이나 기타 합병증은 전혀 없었다. 지난 19일 수술 4일 만에 100세 암 수술 환자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박 교수는 “90세 넘은 고령에서 폐암을 진단받는 경우 수술 두려움 등으로 적극적인 폐암 치료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의술 발전으로 안전한 수술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고령이라 하더라도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폐암의 경우 100세 이상 환자 수술에 성공한 것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지금까지 보고와 연구 사례에 비춰 김 할아버지가 세계 최고령으로 확인되고 있다. 전체 암 수술에 있어 최고령은 2016년 국내 대학병원이 시행한 만 103세 여성의 대장암 수술이다. 박 교수는 “최근 5년간 국내 100세 이상 인구는 5배 증가해 2만명을 넘어가고 있다. 100세를 넘어 150세 시대를 바라보는 때에 이제 나이는 폐암 수술의 걸림돌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 할아버지의 큰며느리 김경자씨는 “퇴원 후에 식사와 가벼운 운동도 하시며 건강하게 잘 지내셔서 수술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아버님같이 평소 운동과 건강한 식사를 통해 체력을 키우고 건강 관리를 잘하면 고령에 수술하더라도 충분히 이겨내고 장수할 수 있으니 다른 분들도 포기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