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세계 최고령인 100세 폐암 환자 수술에 성공했다. 중앙대병원 박병준 흉부외과 교수팀은 지난 15일 100세인 김영원(주민등록상 1921년 11월생, 실제 1920년 출생) 할아버지의 폐암 절제수술에 성공했다고 21일 밝혔다.
의료진은 김 할아버지의 오른 폐 윗조각(우상엽)에 생긴 2.5㎝ 크기의 초기 악성 폐암(비소세포폐암)을 흉강경을 이용한 최소 침습술로 제거했다. 폐는 좌우에 총 5개의 조각(엽)으로 구성돼 있다. 오른쪽 폐인 우엽 3개(상·중·하엽), 왼쪽 폐인 좌엽 2개(상·하엽)로 이뤄진다. 김 할아버지는 암 덩어리를 포함한 오른쪽 폐의 5분의 2가량을 잘라냈다.
할아버지는 수술 후 호흡곤란이나 기타 합병증은 전혀 없었다. 지난 19일 수술 4일 만에 100세 암 수술 환자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박 교수는 “90세 넘은 고령에서 폐암을 진단받는 경우 수술 두려움 등으로 적극적인 폐암 치료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의술 발전으로 안전한 수술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고령이라 하더라도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폐암의 경우 100세 이상 환자 수술에 성공한 것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지금까지 보고와 연구 사례에 비춰 김 할아버지가 세계 최고령으로 확인되고 있다. 전체 암 수술에 있어 최고령은 2016년 국내 대학병원이 시행한 만 103세 여성의 대장암 수술이다. 박 교수는 “최근 5년간 국내 100세 이상 인구는 5배 증가해 2만명을 넘어가고 있다. 100세를 넘어 150세 시대를 바라보는 때에 이제 나이는 폐암 수술의 걸림돌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 할아버지의 큰며느리 김경자씨는 “퇴원 후에 식사와 가벼운 운동도 하시며 건강하게 잘 지내셔서 수술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아버님같이 평소 운동과 건강한 식사를 통해 체력을 키우고 건강 관리를 잘하면 고령에 수술하더라도 충분히 이겨내고 장수할 수 있으니 다른 분들도 포기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