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 vs “입당부터”… 동상이몽 安-국민의힘 ‘밀당’

입력 2020-12-22 00:08

안철수(사진) 국민의당 대표와 국민의힘 간 밀고 당기기가 본격 시작됐다. 안 대표는 국민의힘 입당을 일축했지만 국민의힘은 경선 흥행 차원에서 안 대표의 입당을 요구하고 있다. 양측의 동상이몽에 범야권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놓고 상당 기간 진통도 예상된다. 특히 안 대표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간 상이한 정치적 이해관계는 범야권 서울시장 후보 논의를 고차방정식으로 만들 전망이다.

안 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음 서울시 집행부는 범야권 연립 지방정부가 돼야 한다”며 “(당선되면) 범야권의 건강한 정치인과 전문 인재들을 널리 등용하겠다. 연립 서울시 정부를 통해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안 대표가 당선 이후의 연립 지방정부를 말한 건 국민의힘에 입당할 뜻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저희가 판단할 때 국민의당과 국민의힘 간 통합은 지금 상황에서 좋은 선택은 아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 나온 안 대표의 ‘선 입당, 후 경선’, ‘당 대 당’ 통합 후 공동 경선 주장을 국민의당이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안 대표가 국민의힘 울타리 안에서 치러지는 경선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한 판단이다.

국민의힘이 일찌감치 정한 재보궐 선거 경선 룰은 예비경선은 100% 국민 여론조사, 본경선은 국민 여론조사 80%·책임당원 20% 등이 반영된다. 높은 인지도를 가진 안 대표가 예비경선에서 승리해도 당원 20% 변수가 있는 본경선에서의 승리는 자신할 수 없는 구조다. 또 3석에 불과한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국민의힘에 완전히 흡수 통합될 우려도 있다. 결국 안 대표는 2011년 막판 단일화에 성공한 ‘박영선-박원순 모델’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안 대표의 출마 선언과 관련해 구체적인 말을 아끼고 있지만 안 대표가 우선 국민의힘에 둥지를 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 지도부는 안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 경선 흥행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김 위원장도 계속 “서울시장 후보에 관심이 있다면 입당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왔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안 대표가 당에 들어와 경선을 치르면 흥행 카드로서 정말 좋다”며 “김 위원장은 일단 안 대표는 물론이고 금태섭 전 의원 등 바깥에 있는 인사들이 국민의힘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또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제1야당인 만큼 안 대표가 주장하는 ‘헤쳐모여식’ 야권 재편론에 굳이 호응하고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다.

김 위원장과 안 대표 간 정치적 이해관계가 명확히 갈리는 점도 양측 동상이몽의 한 요인이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자신의 정치력으로 신입급 인사를 서울시장으로 당선시키는 게 좋을 것”이라며 “안 대표처럼 이름값 높은 후보가 승리하면 오롯이 안 대표의 공이 되면서 김 위원장의 향후 정치적 역할은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주자들은 안 대표에게 견제구를 던지기 시작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김선동 전 의원은 “섣불리 원샷 경선판을 벌이면 오히려 그저 이름값 경선판으로 흐르게 될 것”이라며 “103석 국민의힘은 국민의힘대로 ‘미스터트롯’ 방식의 인물 발굴에 나서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