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 1호는 퇴사감이래”…김 대리 ‘자발적 왕따’가 됐다

입력 2020-12-22 00:05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가라앉지 않으면서 ‘극한의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혹여 확진 판정을 받을 경우 동선 공개에 따른 비난은 물론 회사 매출 손실 등에 대한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는 탓이다. 아직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회사의 직원 중에는 “첫 주자가 되면 퇴사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압박감을 느낀다고 토로하는 이들도 있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20대 여성 A씨는 21일 “회사 동료 대부분 첫 확진자가 되면 ‘사실상 퇴사당한다’는 불안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확진자가 나와 업장 문을 닫게 되면 회사 매출은 급감하고 그만큼 직원 급여 지급 등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이 시국에 사람들과 밥을 먹고 다닌다’는 사실만으로도 손가락질 받을까봐 극한으로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확진자가 절대 나와서는 안 된다’고 압박하는 사내 분위기도 직원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A씨는 사측이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감시하기 위해 사무실, 구내식당 등에 설치된 CCTV를 불시에 돌려보기도 한다고 했다.

실제로 ‘첫 확진자’로 낙인찍혀 직장에서 손가락질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유통업계에서 근무하는 이모(32·여)씨는 “타 부서에서 확진자가 나오자 어느 식당에서 누구와 무슨 메뉴를 먹었는지까지 묻는 등 거의 ‘공개처형’급으로 망신을 당했다”며 “이후 회사 차원에서 다른 직원들에 대한 통제도 심해졌다”고 전했다. ‘혼밥’을 강요하는 것은 물론 퇴근 이후 개인 약속 등도 금지한다는 것이다.

직장인 B씨(27)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B씨는 “최근 한 계열사에서 확진자가 나오자 근무지도 다른 계열사 직원들이 ‘확진자가 누구냐’며 색출하려 들고, 소문 내는 것을 보고 두려움이 엄습했다”며 “나는 절대 그 대상이 되면 안 되겠다고 다짐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확진을 문책하는 분위기에 스스로 극단적 거리두기를 이어가는 직장인도 적지 않다. 지방의 한 공기업에서 일하는 황모(36)씨는 매일 회사와 사택만 오가고, 식사는 동료들과 멀찍이 떨어져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주말마다 수도권에 사는 가족을 만나기 위해 올라왔지만 이달부터 그마저도 그만뒀다. 황씨는 “회사에서도 부주의로 감염이 되면 엄중문책하겠다고 공지했다”며 “가족들을 보지 못하는 건 괴롭지만 티끌만한 여지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정우진 강보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