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쓰지도 않았는데… 재난지원금 지급 수준으로 뛴 나랏빚

입력 2020-12-22 04:07

내년 긴급재난지원금, 추가경정예산이 벌써 언급되고 있는 가운데 국가채무비율이 연말 0.5% 포인트 자연 상승할 예정이다. 돈을 더 쓴 일도 없는데 비율이 오르는 건 연동되는 성장률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빚을 더 쓰자는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데, 성장 부진까지 겹치면 가만히 있어도 비율이 올라간다는 점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2021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와 내년 실질·경상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했다. 실질 성장률은 올해 1.0%에서 -1.1%, 내년 3.6%에서 3.2%로 낮췄다. 실질 성장률에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 상승률을 더한 경상 성장률도 올해 -0.1%로 기존(0.6%)보다 0.7% 포인트 하향 조정, 내년 또한 4.4%로 기존(4.8%) 대비 0.4% 포인트 낮아졌다.

국가채무비율은 국가채무 총량을 경상GDP로 나눈 비율이다. 정부 성장률 전망치가 수정되면 비율도 덩달아 바뀐다. 이달 초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 통과 때 발표한 올해와 내년 국가채무비율은 각각 43.9%와 47.3%다.

하지만 이는 기존 전망치로 계산한 결과다. 새로운 전망치를 대입하면 올해 국가채무비율이 44.2%로 0.3% 포인트 증가한다. 내년도 47.8%로 계획보다 0.5% 포인트 오른다. 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진하고 있는 재정준칙 계산에도 대입해 보면 내년 0.98으로 한도(1.0)에 육박한다.

0.5% 포인트 상승은 적지 않은 숫자다. 올해 국가채무비율은 1차 재난지원금 때 0.2% 포인트, 2차 재난지원금 때 0.4% 포인트 늘었다. 재난지원금을 한 차례 이상 줄 수준으로 국가채무비율이 자연 상승했다고 볼 수 있다.

내년에도 국가채무비율은 계획 대비 치솟을 전망이다. 올해와 비슷하게 재난지원금과 추경이 반복될 수 있어서다. 정부는 연초 3조원 이상 3차 재난지원금을 계획 중이며, 벌써부터 1분기 중 1차 추경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성장률이 새로운 전망치보다 떨어지는 일이 겹치면 국가채무비율은 껑충 뛸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상 성장률을 이루는 요소 가운데 GDP디플레이터의 상승 전환이 그나마 국가채무비율 급상승을 방어하고 있다. GDP디플레이터는 내수와 수출, 수입과 같은 경제 전반의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데 최근 반도체 가격 개선 등으로 올 2분기(1.2%) 증가세로 돌아섰다. GDP디플레이터가 없었다면 국가채무비율이 더 자연 상승했다는 얘기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