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계획을 세워 실행했지만 그 계획을 인도하시는 분은 하나님이라 믿고 있어, 신기했어요.”
세계랭킹 1위 고진영(25)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최종전에서 우승한 후 2년 연속 상금왕에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탓에 지난달부터 대회에 나서 겨우 4개 대회만 소화한 후 얻은 값진 성적이다. 준우승한 김세영(27)까지 투어 ‘올해의 선수’에 선정되면서, 올해 LPGA 투어도 한국 선수들의 돌풍이 거세게 불었다.
고진영은 2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클럽(파72·6556야드)에서 열린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300만 달러)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1개로 6언더파 66타를 기록했다.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를 적어낸 고진영은 공동 2위 김세영과 해나 그린(호주)을 5타 차로 따돌리고 투어 통산 7승을 달성했다.
우승 상금 110만 달러(약 12억원)를 챙긴 고진영은 시즌 상금을 166만7925달러까지 늘려 2년 연속 상금왕이 됐다. 상금왕 2연패는 2012~2013년 박인비(32) 이후 7년 만의 기록이다. 통산 상금도 560만834달러로 늘려 LPGA 투어 통산 71번째로 상금 500만 달러를 넘긴 선수가 됐다. 한 해 성적을 포인트로 환산한 ‘레이스 투 더 CME 글로브’에서도, 고진영은 챔피언으로 선정됐다.
고진영이 상위 70명만 출전할 수 있는 이 대회에 나온 것부터가 극적이었다. 코로나19로 지난달부터 투어에 나선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랭킹 1위의 저력은 무서웠다. 첫 대회였던 펠리컨 챔피언십 공동 34위로 시작한 고진영은 이달 초 VOA 클래식에서 5위를 차지했다. 최종전에 나오기 위해 지난주 US여자오픈에서 4위 이상의 성적을 내야했던 상황에서 고진영은 공동 2위에 올랐다.
3라운드까지 고진영에 1차 앞서며 단독 선두를 달리던 김세영은 최종 라운드에서 역전을 허용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대신 올해의 선수 포인트(12점)를 추가해 대회 전까지 1위였던 박인비(32)를 제치고 생애 첫 올해의 선수가 되는 기쁨을 누렸다.
고진영은 “3일 동안 (친한) 세영 언니랑 치면서 우승 경쟁하는 게 쉬운 마음이 아니었다”면서 “언니보다 제가 조금 더 잘했기 때문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전세계적으로 코로나 때문에 힘든 상황인데, 많은 한국 분들이 제 우승으로 코로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세영도 “(수상이) 무척 자랑스럽다”며 “여전히 배울 점이 더 있지만, 올해 이루고 싶었던 것은 충분히 이뤄 기쁘다”고 전했다.
올해 LPGA 투어는 코로나19 탓에 예정됐던 33개 대회 중 18개 대회만 치러졌는데, 한국은 7승을 합작해 미국(6승)을 제치고 시즌 최다승 국가가 됐다. 2015년부터 6년 연속 최다승 국가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 올해 열린 3개 메이저 대회는 한국 선수들이 ‘싹쓸이’했다. 이미림(30)이 9월 ANA 인스피레이션, 김세영이 10월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메이저 퀸의 영광을 안았다. 이달 US여자오픈에선 비회원으로 출전한 김아림(25)이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달 펠리컨 챔피언십까지 우승하며 시즌 2승을 달성한 김세영 외에 박희영(33·2월 빅오픈), 박인비(호주여자오픈), 고진영까지 승을 챙겼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