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위 공직자 잇단 구설, 인사검증 느슨해진 건가

입력 2020-12-22 04:03
최근 임명·내정된 고위 공직자들의 행적이 잇따라 물의를 빚으면서 인사 검증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 3일 임명된 이용구 법무부 차관은 변호사 신분이었던 지난달 술에 취해 택시 기사에게 행패를 부렸으나 경찰에 의해 내사 종결 처리됐다. 이 차관은 강남에 아파트 2채, 용인에도 가족 명의 땅을 가진 것으로 나타나 여권의 ‘1주택 보유 원칙’에 배치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부인은 강원도 농지를 매입하면서 취득 목적을 ‘농업 경영’이라고 적었다가 남편이 공직에 내정된 이후 ‘주말체험 영농’으로 변경했다고 한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SH 사장 재직 시절 산업재해를 피해자 탓으로 돌리고 공공임대주택 입주자를 폄하하는 발언을 해 사퇴 요구를 받고 있다.

변 후보자의 발언은 4년 전 일이라 인사검증 과정에서 찾아내기 힘든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전 직장 등을 중심으로 세평을 조사했더라면 걸러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 차관 사건도 내사 종결로 처리됐지만 경찰이 제출한 공적기록에 명기됐을 공산이 크다. 청와대 비서실이 후보자에게서 제출받는 사전 질문서에도 수사기관에 출석, 전화 또는 서면 제출 등의 방법으로 진술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이 포함돼 있다. 논란이 예상되는 강연이나 회의 등에서의 발언을 묻는 항목도 들어 있다.

농지 거래나 부동산 과다 보유는 검증 과정에서 당연히 주목을 받을 사안이다. 그런데도 검증을 통과한 것은 공직 자격에 대한 청와대 인식이 안이했을 개연성을 뒷받침한다. 만에 하나 다수 여당의 힘을 믿고 검증에 소홀했다면 심각한 문제다. 공직자 인선은 국민 앞에 무한책임을 지는 일이다. 인사청문회 통과나 여론 돌파가 궁극 목표는 아니다. 청와대는 검증 과정을 점검해 부실한 곳이 있으면 속히 보완하고, 안이했다면 시스템을 일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