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창기 제주선교의 역사가 담긴 제주 지역교회의 100년사가 발간됐다. 100년 전 믿음의 선진들이 흘린 땀과 눈물이 있었기에 오늘의 신앙이 가능함을 확인하는 기회다.
‘한경교회 100년사’를 출간한 윤강현(68) 제주 한경교회 목사를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만났다. 한경교회는 제주특별자치도에서도 가장 낙후된 서북쪽 제주시 한경면에 있는 성도 70~80명의 작은 공동체다. 하지만 4대에 걸쳐 100년간 이어온 신앙의 행적은 간단치 않다.
교회는 1920년 3월 ‘두모리 기도처’ 이름으로 모인 데서 출발한다. 앞서 제주선교는 1908년 시작된 이기풍 목사의 사역과 이후 미국 남장로교 선교사들의 활동에서 유래한다. 1914년 전남노회 파송을 받아 제주 순회 목회의 길을 연 윤식명 목사와 전도인들은 광주 봉선리교회의 한센병 성도들과 여전도회의 고귀한 후원으로 두모리 기도처 등을 설립했다. 98년 한경교회에 부임해 23년째 사역 중인 윤 목사는 “믿음의 선진들의 기도와 헌신으로 오늘의 열매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앞선 이들의 사랑과 충성을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뒤에 오는 믿음의 후손들에게 우리가 물려받은 하나님 축복과 감사를 전해줄 책임이 있어 100년사를 발간하게 됐습니다. 1920년 두모리 기도처에서 시작한 한경교회는 제주에서 14번째로 설립됐고 28년엔 조직 교회를 설립합니다. 우리 교회가 성장함에 따라 32년에 조수교회, 50년엔 판교교회를 분립해 제주 서북지역 복음화에 이바지했습니다.”
100년의 자료는 교회가 준비했고 책은 교회사 전문가인 옥성삼 박사가 저술했다. 옥 박사는 “제례를 거부하기 힘든 제주 특유의 혈연 중심 ‘궨당’(친척) 문화 속에서 죽음과 핍박을 무릅쓰고 신앙의 지조를 지킨 초기 성도들의 헌신으로 교회 설립이 가능했다”면서 “매년 한두 차례 부흥사경회가 열렸고 서울 연희전문과 평양 숭실전문 학생들의 방학 전도 활동도 있었다”고 전했다.
한경교회는 앞마당에 100주년을 기념하는 작은 종탑도 복원했다. 윤 목사는 “67년 석조예배당 건축 때 김인효 집사님이 헌물한 종을 보관해오다 다시 세웠다”고 말했다.
마을 목회를 강조하는 윤 목사는 2016년부터 베트남 네팔 중국 몽골 태국 출신의 결혼이주여성을 돌보는 서부다문화센터도 운영한다. 윤 목사는 “하나님과 이웃을 위한 가마솥이 돼 새로운 공동체의 꿈을 이뤄 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