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포스트코로나 한국교회 길을 묻다

입력 2020-12-22 03:07
전 세계에 ‘강제적 안식’을 준 코로나19라는 신앙적 도전 앞에서 한국교회의 길을 모색하는 일곱 번째 기획 대담의 주인공은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총회장 한기채 중앙성결교회 목사와 황덕형 서울신학대 총장이다. 기성을 대표하는 이들은 코로나19로 한국교회의 사역 패러다임이 바뀐 가운데 크리스천이 가정과 일터, 사회 등에서 성결한 삶으로 신앙을 증명하는 책임을 요구받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를 통해 보이는 교회에서 흩어지는 교회로, 함께하는 신앙생활에서 홀로 있음의 영성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겪고 있다고 봤다. 기획 대담은 지난 18일 경기도 부천 서울신대 총장실에서 진행됐다.

한기채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장(왼쪽)과 황덕형 서울신학대 총장이 지난 18일 경기도 부천 서울신대 총장실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부천=강민석 선임기자

-코로나19로 고통 가운데 있는 분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주십시오.

한기채 총회장=코로나19 초장기에 역대하 7장 14절 말씀을 선포한 목회자들이 많았습니다. 전쟁 기근 전염병으로 고통받을 때 하나님의 백성이 회개 기도를 하면 하나님이 이 땅을 고쳐주신다는 말씀입니다. 주님께 철저히 회개하고 겸손하게 나아간 시간에 이어 새해에는 하나님께서 어려움으로 인한 시간을 갚아주시고 선한 길로 인도해주실 것이라 기대합니다.

황덕형 총장=성경을 보면 하나님의 기적은 편안한 때가 아닌 어렵고 힘들 때 일어났습니다. 코로나19 역시 하나님이 허락하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의 섭리와 목적을 우리가 다 이해하지 못하지만, 말씀을 붙잡고 기다리며 배운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고난의 시기를 거쳐 반드시 회복의 때가 올 것으로 확신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교회도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한 총회장=코로나19는 전 세계에 강제적 안식을 줬습니다. 코로나19가 1년 가까이 진행되다 보니 삶의 패러다임이 바뀌었습니다. 사도행전 1장 8절을 보면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세계 선교의 비전을 주셨습니다. 그러나 제자들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사도행전 8장 1절은 제자들이 핍박을 받고 전 세계로 흩어졌다고 기록합니다.

한국교회가 영적으로 변해야 할 때 변하지 않으니 하나님이 이런 상황을 허락하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코로나19는 교회 중심의 신앙생활에서 벗어나 가정과 개인의 신앙생활의 중요성을 깨닫게 했습니다. 보이는 교회에서 흩어지는 교회로, 함께하는 신앙생활에서 홀로 있음의 영성을 키워나가는 계기가 마련됐습니다. 코로나19는 개인의 신앙생활뿐 아니라 교회 사역과 선교 등에 있어 새로운 계기를 촉구한 기회를 제공한 측면도 있습니다.

황 총장=코로나19는 특히 예배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며 그동안 우리가 드린 예배에 대해 반성하는 시간을 갖게 했습니다. 영과 진리로 드리는 진실한 예배(요 4:24)를 더욱 갈구하는 계기가 마련됐습니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 교회와 신학교는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고 대응해야 할까요.

한 총회장=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인간이 숙주가 돼서 움직입니다. 욕망을 따라 움직이는 인간의 길을 따라 코로나19도 함께 움직입니다. 죄가 번식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코로나19가 어디에서 어떻게 촉발되는지를 보면서 우리 문화와 생활환경 패턴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됨을 보게 됩니다. 우리가 욕망의 길을 추구한다면 코로나19는 언제라도 재현될 것입니다.

성장과 물질을 지향하는 인간 중심적 사고를 바꾸지 않는 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인간은 하나님의 창조질서 안에서 자연 만물을 잘 관리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특히 교회에서 생명운동이 더 활발하게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섬기는 중앙성결교회는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을 때 무고하게 돌아가신 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이 땅의 생명경시 풍토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2014년 4월부터 매달 음식 남기지 않기, 플라스틱 제로 운동, 자연보호 캠페인 등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마스크를 쓰는 것도 방역을 위한 생명운동입니다.

황 총장=코로나19는 인간의 욕망 때문에 촉발됐습니다. 신학교의 역할은 물질주의 사고관이 만연한 이 세상에 기독교 가치관이 담긴 정신 혁명이 일어나도록 교육하는 것입니다. 땅이 좋아야 식물이 잘 자라듯이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구현하고 교육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서울신대 신대원은 세상의 현실적 문제들에 대해 신학적으로 사고하고 대응하는 영적 지도자 양성을 위해 교과과정을 대폭 개정했습니다. 내년에 목회자들의 목회 경험과 노하우를 배우는 ‘소명과 목회’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AI) 등이 눈앞에 다가온 현대사회에서 올바른 기독교 세계관과 기독교 윤리를 가르치는 ‘현대사회와 기독교 신학’ 신대원 1학년 때부터 점점 구체화해 나가는 ‘사역계획서’ 등의 필수과목을 새로 도입합니다.

-‘분노 사회’로 변한 우리 사회에 종교지도자로서 권면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한 총회장=올해 기성 총회의 슬로건이 ‘나부터 성결, 우리부터 평화’입니다. 평화보다 성결이 우선돼야 합니다. 우리에게 그리스도의 의가 없으면 하나님과 화평한 관계를 갖기 어렵습니다. 이 사회에 진정한 평화가 오려면 먼저 성결해야 합니다. 크리스천이 앞장서서 성결한 삶을 사는 운동을 한다면 우리 사회에 평화가 임할 것입니다.

성경은 우리에게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라고 말씀합니다. 소금은 성결함, 빛은 착한 행실을 의미합니다. 크리스천이 가정과 일터, 사회에서 성결함과 착한 행실로 살 때 다른 이들이 감동할 것입니다. 그런 가운데 갈등이 치유되고 진정한 평화가 올 것입니다.

황 총장=공정을 외치는 우리 사회에서 초갈등이 재현되는 것은 결국 지도자가 섬김의 리더십을 실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공정과 정의를 주장하는 지도자들부터 자신의 것을 내어놓고 희생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니 곳곳에서 갈등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성경은 크고자 하는 자가 마땅히 섬겨야 한다고 말씀합니다. 힘이 있는 지도자부터 예수님처럼 섬김의 리더십을 보여준다면 우리 사회가 평화의 길로 갈 것입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한국교회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입니까.

한 총회장=이번 기회에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교회’가 되는 신앙의 생활화를 이뤄야 합니다. 기독교의 대사회적 신뢰도를 회복하려면 크리스천이 삶으로 신앙을 보여줘야 합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크리스천과 교회의 사회적 책임이 더욱 강조될 것입니다.

코로나19가 가져준 긍정적 효과 중 하나는 많은 이의 가정예배가 회복됐다는 점입니다. 한국교회가 위기를 돌파할 가능성을 보여준 대목입니다. 부모는 가정 중심의 신앙생활을 통해 다음세대에 신앙 전수를 해야 합니다. 교회는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사역을 다각화해야 하며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인 줌 등을 통해 소모임을 갖고 이것이 익숙한 세대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사역의 폭을 확장해야 합니다.

황 총장=저 역시 행함이 있는 믿음을 보여주는 개신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과 성결의 복음을 전하는 자가 진정한 복음주의자입니다. 교회는 우리 주위에 있는 연약한 이웃을 돌보는 역할도 해야 합니다. 인본주의 사상이 만연한 포스트 모더니즘 시대에 신학교도 기독교 가치관을 전파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겠습니다.

-국민일보 독자들께 새해 인사 부탁드립니다.

한 총회장=“성문으로 나아가라 나아가라 백성이 올 길을 닦으라 큰 길을 수축하고 수축하라 돌을 제하라 만민을 위하여 기치를 들라.”(사 62:10) 올해에 어려운 일이 많았지만,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새해에는 크리스천들이 어둡고 혼란스러운 이 시대에 소망의 깃발을 드는 역할에 더욱 앞장서시길 기대합니다.

황 총장=“그가 나를 사랑한즉 내가 그를 건지리라 그가 내 이름을 안즉 내가 그를 높이리라.”(시 91:14) 우리가 하나님을 열렬히 사모하고 사랑할 때 하나님이 환난에서 우리를 건져주실 것을 믿습니다. 시편 91편 15~16절에도 환난의 때에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하시고 건져주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나님을 더 사랑하는 새해가 되시길 축복합니다.

정리=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