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변창흠 사퇴하라” 청년·노동자·서민들 반발 확산

입력 2020-12-21 04:05

지난 18일 공개된 변창흠(사진)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과거 발언에 대한 비판과 함께 후보자 사퇴를 촉구하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2016년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에 대해 “아무 것도 아닌 일” 등 발언으로 청년과 노동자들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서민들 역시 “못사는 사람들” 발언으로 분노하고 있다(국민일보 12월 19일자 1·3면 참조).

당시 구의역에서 숨졌던 김모군이 일했던 서울교통공사노조 PSD지회 및 청년·노동 단체들은 20일 청와대 앞에서 변 후보자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선경 서울청년진보당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국민을 개·돼지라 비하한 관료의 말과 무엇이 다르냐”며 “노동자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이 장관 자격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임선재 PSD지회장은 변 후보자가 18일 오후 늦게 내놓은 사과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임 지회장은 “변 후보자는 다른 취지로 한 말이라며 억울해 할지 모르겠지만, 저 몇마디에 변 후보자의 노동에 대한 입장과 철학이 충분히 담겨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고 김용균씨의 동료인 노훈민씨도 “청년의 죽음을 별것 아닌 일로 치부하는 변 후보자는 장관 자격이 없다”며 “구의역 김군의 동료들과 김용균의 동료들은 변 후보자의 임명 철회를 목표로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도 성명을 통해 후보자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변 후보자 사과문에는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고, 장관이 되기 위한 의지 밖에 보이지 않아 성명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핵심 지지층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실수가 아니다” “인간성에 문제가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친여 성향의 커뮤니티에도 “지금이라도 후보를 바꿔야 한다” 등 글들이 올라왔다.

이는 변 후보자 발언이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인 상식과 공감 능력에 대한 문제라는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변 후보자의 과거 발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상식적인 판단”이라며 “특히 서민이나 청년들의 일상과 관련된 문제여서 여론의 비판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승함 연세대 명예교수도 “변 후보자의 발언이 그가 평소 지향하던 가치나 문재인정부의 가치와 정면으로 상충되는 것”이라며 “국민의 일반감정과 괴리된 선택을 하는 순간 국민들이 냉정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누적된 불만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정부가 부동산 폭등 해결책으로 공공임대주택을 제시한 상황에서 임대주택 입주자를 “못 사는 사람들”로 비하성 발언을 하면서 불만이 폭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변 후보자는 23일 인사청문회에서 발언 취지를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문회에서 성난 여론을 잠재우지 못하면 중도층은 물론 지지층 이탈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있다.

김판 이현우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