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방심에 방역 뚫린다 ‘소모임·식사 금지’ 지켜야

입력 2020-12-21 03:00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발생한 가운데 교회도 성탄절을 앞두고 방역 강화에 나섰다. 사진은 서울 중랑구 서울씨티교회가 20일 인근 고등학교 운동장에서 드라이브인으로 드린 주일 예배에서 산타 복장을 한 교회 관계자가 승용차 안 성도에게 손 소독제를 주는 모습. 뉴시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19일까지 닷새 연속 1000명대를 기록한 가운데 교회도 성탄절을 앞두고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교회발 집단감염은 증가 추세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9일 브리핑에서 최근 행정안전부가 운영 중인 안전신문고에 신고된 수도권 종교시설 방역지침 위반 사례를 소개했다.

교회가 성탄절 감사예배를 위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설교·찬양 연습을 하고 성탄절 행사를 준비한 사례, 매주 저녁 모임을 통해 성경공부와 식사한 사례가 신고됐다. 교회 관계자가 교인 가정을 찾아 예배를 드린 경우도 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15일에도 이달 들어 종교시설에서 10건의 집단감염이 발생했다며 2곳의 교회를 사례로 들었다.

질병관리청 역학관리팀 관계자는 “지난달 말부터 지역사회 전파 기회가 많아지면서 구멍이 뚫리고 있다”며 교회 방역의 위험 요소로 마스크 착용이 미흡한 상황에서 노래 부르기, 식사하기를 들었다.

서울 강서구 A교회는 성가대에서 집단감염이 시작됐다. CCTV 등을 확인한 결과 성가대 연습실은 환기가 제대로 안 됐고 일부 성가대원은 연습할 때 턱만 가리는 ‘턱스크’를 썼다. 연습실에서는 빈 컵라면 용기, 젓가락 등도 나왔다. 이 교회 첫 지표환자가 나온 지난 6일엔 서울과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α’였다. 서울과 수도권 종교시설은 지난달 19일 1.5단계로 격상된 뒤 소모임과 식사가 금지됐다.

충남 당진의 B교회도 교회 행사 후 40여명이 함께 식사하면서 확진자가 대거 나왔다.

대구 달성군 C교회와 부산 연제구 D교회 역시 예배 후 찬양연습, 식사 등 소모임을 진행하면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전국 대부분의 교회는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지난 14일 5개 대형교회 목회자를 만난 자리에서 “몇몇 교회에서 확진자가 집단으로 나왔다”면서도 “대부분 목사님, 교회 신도들이 정부 방역에 협조해줬고 어려운 취약계층을 돕는 데 사랑을 베풀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지난 5일 질병관리청도 정례 브리핑에서 경기도 수원의 한 교회를 방역수칙 준수 모범 사례로 들었다. 바로 수원중앙침례교회다. 이 교회엔 지난 6월 코로나19 확진 교인 3명이 예배에 참석했지만, 교회의 방역 지침에 따라 이들은 물론 같은 예배에 참석한 다른 교인들도 철저히 마스크를 썼다. 추가 감염자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앞서 지난 7월과 10월에도 질병관리청은 각각 수원중앙침례교회와 남양주 사능교회를 방역지침 준수 모범 사례로 소개했다.

약간의 방심도 집단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마스크를 안 쓰고 찬양하거나 소모임을 하는 등 교회의 집단감염 발생 이유는 대부분 비슷하다”며 “식당, 대중교통 등에 비해 교회에만 가혹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는데, 세상적인 잣대에 불과하다. 교회는 세상에 방역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