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중환자 어쩌고… ‘코로나 병상 가동’ 명령에 발동동

입력 2020-12-21 00:01
지난 14일 오전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에 코로나19 환자를 후송할 구급차가 모인 모습. 연합뉴스

서울의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이 바닥을 드러냈다. 대전과 충북, 충남, 전북, 경북의 병상도 꽉 찼다. 정부는 행정명령과 각 병원의 자발적 협조를 통해 병상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상대적으로 덜 위중한 일반 환자들의 치료에는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0일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전날보다 3명 증가해 278명이라고 밝혔다. 지난 13일에는 179명이었지만 불과 1주일 만에 100명 가까이 급증했다. 사망자는 하루 새 15명 늘었다.

위중증 환자의 가파른 증가세는 병상 부족으로 이어졌다.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전날 기준으로 전국의 중증 환자 치료병상 575개 중 6.6%에 해당하는 38개만 즉시 사용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직전일보다 10개 줄어든 수다.

수도권의 병상 부족이 특히 심각했다. 서울에서는 코로나19 중증 환자 전담 치료병상뿐 아니라 일반 중환자 치료병상까지 모두 찼다. 경기도와 인천까지 합쳐도 사용 가능한 중환자 병상은 3개에 그쳤다. 대전과 충북, 충남 등 5곳의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중환자 병상이 동났다.

확진 사실을 통보받은 뒤 자택에서 대기하다 숨진 사례도 추가로 나왔다. 전날 오후 늦게 서울 구로구에서 자가격리 중이던 60대 남성이 숨진 것으로 이날 파악됐다.

정부는 중환자 병상을 확보하기 위해 행정명령까지 꺼내들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지난 18일 국립대병원 17곳과 민간 상급종합병원 42곳을 상대로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을 마련해 26일까지 모두 가동을 시작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구체적으로는 각 의료기관 허가 병상의 최소 1%를 코로나19 중증 환자 전담 병상으로 확보하라고 명령했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318병상이 추가 확보될 것으로 예상했다.

병원들은 난색을 감추지 못했다. 가뜩이나 중환자를 볼 수 있는 인력은 소수인데 선별진료소를 운영하고, 입원 환자 및 보호자를 검사하는 업무 등에 이미 상당수 의료진이 투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에 95% 이상이었던 병상 가동률이 80% 아래로 떨어진 상황”이라며 “그만큼 인력과 공간이 최대한 동원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결국 일반 환자들의 진료 차질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덜 시급한 환자들의 수술이나 입원을 미룰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하나를 확보하려면 코로나19가 아닌 중환자 병상 2~3개, 또는 일반 병상 7~8개를 줄여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정부는 중등도 환자 치료를 맡고 있는 감염병전담병원의 병상을 확보하기 위해 생활치료센터 입소 기준을 수정했다. 기존에는 65세 이상 확진자의 경우 중증도와 관계 없이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생활치료센터 입소 대상자에서 제외했으나 지난 18일부터는 입소 가능하도록 바꿨다. 감염병전담병원에 입원한 59세 이하 환자 중 증상이 호전된 사람도 생활치료센터로 옮기도록 했다.

개별 병원들에는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될 시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며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과 경기도 평택 박애병원, 남양주 현대병원, 순천향대 부천병원 등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