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자충수?… 정직 징계 수사로 윤석열 자진사퇴 불가

입력 2020-12-21 00:07

여권과 정세균 국무총리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자진사퇴를 거듭 압박하고 있지만 윤 총장의 자진사퇴는 현재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직 징계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무리한 징계 청구와 수사 의뢰가 정치적 해결 방안도 막은 ‘자충수’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총리는 20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윤 총장에 대해 “국민을 잘 섬기는 결단을 하는 게 좋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추 장관의 사의 표명에 대해선 “결단을 한 것에 대해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 총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차원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정직 2개월 의결이 이뤄진 후 여권에서는 윤 총장의 자진사퇴를 거듭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공무원법 78조4항에서는 공무원이 퇴직을 희망하는 경우 ‘수사기관에서 비위와 관련해 조사 또는 수사 중인 때’에는 퇴직을 허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의원면직의 형태로 옷을 벗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통령 훈령인 공무원 비위 사건 처리규정 제5조에서는 수사기관에서 비위와 관련해 수사 중인 경우 임용권자는 의원면직을 허용해선 안 된다고 하고 있다. 쉽게 말해 윤 총장이 나가고 싶어도 법적으로 나갈 수가 없는 상황이 됐다는 뜻이다.

추 장관은 지난달 24일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한 후 지난달 26일 대검에 수사 의뢰도 진행했다. 재판부 분석 문건과 관련한 직권남용 혐의다. 대검 감찰부는 수사 의뢰를 토대로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대검 감찰부가 수사 과정에서 지휘부에 보고하지 않는 등 절차를 위반했다는 지적이 불거지기도 했다.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는 법무부가 윤 총장을 수사 의뢰한 사건 및 감찰부 수사에서 확인된 절차 위반 사안을 서울고검에서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서울고검은 해당 사건들을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형식상 윤 총장도 서울고검의 수사 대상에 올라있기 때문에 자진사퇴가 불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행정소송에 나선 윤 총장이 자진사퇴할 가능성은 법적으로나 명분으로나 0%에 가깝다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윤 총장 측은 처음 추 장관이 징계를 청구한 후 정치권에서 자진사퇴 목소리가 나올 때도 ‘자진사퇴는 없다’고 선을 그었었다. 추 장관의 위법한 조치가 전부 취소되거나 철회되지 않는 한 자진 사퇴를 고려할 수도 없다는 취지였다.

윤 총장을 잘 아는 법조계 인사는 “지금 상황은 사장이 직접 불러서 좋은 말로 ‘이제 그만해 줬으면 좋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상급자를 내세워 일방적으로 괴롭힌 것”이라며 “직장인도 이런 상황에서 순순히 사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이 정직 징계에 불복해 낸 집행정지 사건의 결과는 늦어도 24일까지는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