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가 뭉치니 막강하네’ 기관 공매도 제한 등 당국 쩔쩔

입력 2020-12-21 00:06

정부가 주식시장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의 주범으로 지목돼온 기관투자가의 공매도를 대폭 제한한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기관투자가와 외국인투자자에 맞서 국내 증시를 들어올린 이른바 ‘동학개미군단’(개인투자자들)이 올해 정부와의 힘겨루기에서도 연승을 거두는 모습이다. 이들 개인은 연말인 이달 들어서도 국내 주식시장에서 5조원 가까이 사들이며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0일 미니코스피200선물·옵션(미니선물) 시장조성자의 공매도 전면 금지, 시장조성자의 공매도 ‘업틱룰’(매도호가 제한 규정) 면제 폐지 등을 담은 시장조성자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공매도는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내는 매매 방식이다. 주로 기관투자가가 활용하는 공매도는 기업 가치와 무관하게 주가를 떨어뜨려 시장을 왜곡하고 단기 차익을 챙기는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는 주식·파생상품시장에서 매수·매도 호가를 제시해 원활한 거래를 뒷받침하는 증권사들을 ‘시장조성자’로 지정해 일부 공매도 규제를 면제해왔다.

미니선물은 코스피200선물·옵션과 같은 자산을 기초로 하되 계약당 거래금액을 5분의 1로 줄인 파생상품이다. 시장조성자의 전체 공매도 중 가장 많은 41.9%를 차지한다. 미니선물 공매도가 금지되면 시장조성자의 공매도 규모는 거래대금 기준으로 절반 가까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성자는 공매도 시 호가를 낮춰 제시할 수 없게 된다. 지금까지 시장조성자의 공매도는 매도호가를 직전 체결가 이상으로 제시하게 제한한 규정(업틱룰)을 면제받아왔다. 다만 대부분 직전가보다 높은 수준에서 매도호가를 제출해온 만큼 큰 충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시장조성자 제도를 저유동성 종목 중심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시장조성 대상 종목 졸업 제도’를 도입해 일정 수준 이상 유동성이 확보되면 시장조성 대상 종목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유동성 하위 종목에 대해서는 의무 참여 비중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시장조성자 참여를 의무화한다. 시장조성수수료도 저유동성 종목을 우대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개인투자자들이 정부를 상대로 또 한번 요구사항을 관철한 사례다. 개인투자자들은 그동안 공매도 금지 기간 6개월 추가 연장,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 상향(2000만→5000만원) 및 징수주기 연장(매달→반기), 주식형 공모펀드 5000만원 기본공제 적용, 대주주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 하향(10억→3억원) 철회, 주식 장기 보유 세제 혜택 검토 등을 얻어냈다. 정부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의 힘이 어느 때보다 세지자 심기를 살피는 눈치다.

개인은 코스피·코스닥시장에서 이달 들어 18일까지 4조7344억원가량을 순매수했다. 통상 12월은 대주주 양도소득세 회피로 순매도 기조였던 점을 고려하면 예년과 다른 투자 양상이다. 국내 증시가 견조한 흐름을 보이는 상황에서 내년에도 낙관적 전망이 주를 이루는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10~11월 강한 매수세를 보였던 외국인은 이달 코스피·코스닥시장에서 1조4000억원가량 순매도했다.

증권가는 내년 코스피 목표 지수를 3000 이상으로 줄줄이 상향하고 있다. 흥국증권이 가장 먼저 3000을 제시하자 대신증권(3080) 현대차증권(3000) 등이 따라붙었다. 신한금융투자는 3200선까지 내다봤다.

강창욱 조민아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