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시장 출마 선언한 안철수, 비전과 정책으로 승부 봐야

입력 2020-12-21 04:03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2022년 대선에 직행하겠다며 보궐선거엔 출마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한 말을 뒤집은 것이다. 안 대표는 지난 2일 국민의힘 초선 의원 모임에서 서울시장과 대선 중 어디에 출마할 건지를 묻는 질문에 서울시장에 출마 의사가 없다고 못 박았었다. 그 얼마 전 언론 인터뷰에서도 “서울시장 선거에 절대 안 나간다”고 했었다. 그렇게 힘주어 했던 말이 한 달이 채 안돼 빈말이 됐다.

안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 패배로 정권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만은 제 몸을 던져서라도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정권교체를 서울시장 출마로 선회한 이유로 들었지만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대선 주자로서 존재감이 미미해지자 다급한 마음에 서울시장을 징검다리로 활용하겠다는 게 본심 아니냐는 분석이 쏟아지는 이유다.

안 대표는 출마선언문에서 현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며 정권교체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자신이 왜 서울시장이 돼야 하는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했다.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하는 과정에서 진지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방증이다. 안 대표는 ‘야권 단일 후보’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으나 그 길은 험난할 것이다. 국민의힘의 유력 서울시장 후보들이 안 대표의 결정을 대체로 환영했지만 ‘꽃가마’를 태워줄 리 없다. ‘정권교체’ 구호만 외치며 자신의 대표성만 주장하다가는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 불쏘시개 처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출마를 선언한 이상 구체적인 비전과 정책으로 시민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그래야 본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정치적 셈법에 매달리지 말고 서울시민, 나아가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할 것이다. 안 대표의 출마 선언을 놓고 논란이 분분하지만 야권의 혁신 경쟁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