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독자개발’ 다시 꺼낸 北… 통일부 “만나서 협의하자”

입력 2020-12-21 04:03
북한 김덕훈 내각총리가 금강산관광지구의 개발사업 현장을 시찰했다고 20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 독자 개발카드를 1년여 만에 다시 뽑아 들었다. 대북 제재 틀 안에서 안정적으로 외화를 벌어들일 수단은 결국 관광밖에 없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북한으로부터 ‘금강산 철거명령서’를 받아든 우리 정부의 고민도 다시 깊어질 전망이다.

조선중앙통신은 20일 김덕훈 내각총리가 금강산 관광지구 개발사업을 현지에서 료해(파악)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총리가 “관광지구를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면서도 민족적 특성과 현대성이 결합된 우리 식으로 건설함으로써 민족의 명산 금강산이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명산, 온 세상이 부러워하는 문화휴양지로 되게 한 데 대해 강조했다”고 전했다. ‘우리 식’이라는 표현을 쓰며 금강산 관광지구 개발에서 남측을 배제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관광사업 육성을 통해 삼중고(대북 제재·코로나19·자연재해)로 인한 경제난을 해소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현재 외화를 유치할 수단은 관광밖에 없다”며 “내년 1월 8차 당 대회에서 금강산 관광지구 개발을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북 제재에서 자유로운 관광사업을 통해 안정적으로 외화를 벌어들인다는 전략이라는 얘기다. 대북 제재에 관광 자체는 명시적으로 금지되지 않았다.

우리 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10월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라”고 지시한 직후 북한은 올해 초까지 시설 완전 철거를 위한 문서 협의를 정부에 요구했었다.

하지만 우리 측 시설 철거는 재산권 침해 및 남북 합의 위반 문제 등을 내포하고 있어 양측이 합의 지점을 찾기 어렵다.

통일부는 “남과 북이 금강산 지역 현안을 해결하고 국제적인 관광지로 발전시켜 나갈 필요성에는 서로 공감하는 만큼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해 적절한 시기에 만나 협의해 나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